정부가 주택 미분양 사태 구원투수로 거론된다. 정부가 팔리지 않은 집을 사들여 취약계층에게 제공하면 주거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매입 시기와 금액 등에 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국민혈세로 부실 건설사를 구제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7만 가구에 육박한 미분양 주택 매입을 저울질 하고 있다.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단독·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개·보수한 다음 싸게 임대하고 있다.
이러한 매입임대주택사업은 저소득층 주거안정에 도움을 준다. 시중 전세 시세 30~40% 수준으로 집을 빌려준다. 거주지역과 주택유형을 고를 수 있고,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초 국토교통-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 재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8107호다. 미분양이 쌓이면 집값 하락은 물론 대금을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와 하도급,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까지 도산할 수 있다. 정부 매입이 한 줄기 희망으로 보이지만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이 있다.
지방엔 ‘악성 미분양’으로 취급받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악성 미분양은 전국에 7000가구다. 역대 가장 적은 규모지만 시가나 분양가 그대로 매입하면 세금으로 부실 건설사 이익만 챙겨준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초 국회에서 열린 ‘부실·미분양 주택 등 매입공공임대 전환 토론회’에서 “시가, 분양가로 매입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부실 건설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 과거처럼 상당액의 할인 매입을 해야 공정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지금이 미분양을 매입할 시기는 아니다”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좋지만 9~10만가구로 넘어갈 때 매입해야지 지금 매입하면 건설사를 도와주는 꼴 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려면 원칙을 세워야한다. 지방 미분양 중 소형면적 먼저 매입해야 서민 주택으로 쓰일 수 있다”며 “또 시세 70~80% 수준으로 매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달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특정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떠안아야 할 단계라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 지난 7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자리에서도 원 장관은 “주택 공급 경색에 대해 선제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 추이를 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시기인지를 보고 있다.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지만 1월에 규제를 완화했고 매입대상도 준공 후 물량이다”며 “과거에 비해선 미분양 상황이 심각하지 않고 건설사도 자구 노력을 해야 하는데, 시작단계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걸 종합적으로 보고 개입할 시점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