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가까운 거리에 누가 마일리지를 써요”
대한항공에 13만 마일리지를 보유한 김준완(가명·40)씨는 이번 대한항공의 개편안에 대해 “너무 싫죠”라고 대답했다. 김 씨는 지난 10년간 5번 마일리지를 사용했는데 모두 ‘좌석을 업그레이드’를 하는 데 사용했다. 일본과 같은 단거리 여행을 떠날 때는 저비용(LCC)항공사를 이용해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개편안이 발표되기 전인 지난 12월에 다녀온 방콕 여행 때도 마일리지 덕분에 비즈니스석에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누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빛 좋은 개살구’,‘개악’ 등 논란이 거센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은 장거리 노선은 더 많은 마일리지를, 중·단거리 노선은 더 적은 마일리지를 쓰게 된다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동북아, 동남아, 서남아시아, 북미·유럽·중동 4개 '지역'으로 나눠서 마일리지를 공제하던 것에서 실제 '운항 거리'로 10개 구간으로 나눠 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은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4월 1일 시행을 목표로 2020년 1월에 발표됐다. 발표 당시에도 소비자들이 항의하면서 불공정 여부를 공정위에 심사해 달라고 청구했지만, 공정위는 여전히 심사를 검토하고 있어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개편안을 발표했던 지난 16일 이후부터 불만이 이어지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정정하면서 당분간은 현행 마일리지 제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대한항공은 이번 재검토와는 별도로 기존에 제공하던 보너스 좌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통상 항공사들은 5%이내의 보너스 좌석을 제공하는데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최대 10%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개편안이 소비자로부터 질타를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주로 장거리 여행시 좌석 업그레이드를 위해 사용하는 마일리지를 단거리 사용에 유리하도록 개편했다는 것이다. 둘 째는 현재 운영중인 보너스 좌석 시스템 개선 없이 티켓의 양을 조금 늘리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문제는 ‘거리’가 아니야
현행 제도대로라면 미국 하와이주의 호놀룰루는 뉴욕보다 거리가 가깝지만, 미국이라는 권역으로 묶여있어 여행시 뉴욕 마일리지 공제량과 똑같이 적용한다. 이에 대한항공은 개편안대로 공제 기준을 ‘거리’로 바꾸면 호놀룰루로 여행가는 승객들은 더 적은 마일리지를 공제해 혜택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최소정(가명·38) 씨는 “단거리는 저비용 항공사를 통해 간다”며 “장거리 여행 때 저비용항공사를 안 타는데 그걸 깎아준다는 것은 ‘말장난’이죠”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만난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회원 5명 모두 마일리지를 ‘장거리’여행시 일반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사용한다고 답했다. 현금으로 비즈니스석을 예매하면 일반석보다 2배가량 비싼데 마일리지로 예매하면 1.5 배로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단거리 공제 혜택이 늘어나도 혜택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보너스 좌석 확대해봤자 못 사요“
보너스 좌석은 361일 전에 마일리지로 예매하는 얼리버드 티켓이다. 하지만 워낙 적게 좌석이 풀리는 데다 1인당 예매 수 제한이 없어 오픈과 동시에 몇 초만에 매진된다. 마일리지가 있어도 구하기 어려운 보너스 좌석을 10%로 확대해도 혜택이라 느낄 수 있는 고객은 100좌석 기준 10명에 불과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스카이패스 개편안에 대해 “마일리지 사용성 자체에 대한 개선이 없다면 재검토해도 논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의 적립률 일부 하향 조정은 2002년 이후 22년 만이며 일반석 공제 마일리지의 부분적 인상은 20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나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애틀랜타 왕복 기준으로 최대 30만 마일리지를 공제하는 반면 대한항공은 애틀랜타를 왕복으로 7만 마일 공제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유수 항공사들은 대부분 마일리지 유효기간도 1~2년에 불과하고, 마일리지 제도도 수시로 개편하고 있다는 점에서 10년의 유효기간과 합리적인 공제 폭을 가진 국내 항공사의 마일리지 제도는 고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