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 잃어가는 들쑥날쑥 ‘車 개별소비세’ 면제

기사승인 2023-02-28 07:25:01

지난해 코로나19와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으로 자동차 할부 금리가 연초 대비 4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신차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정부가 지난 1월 소비 진작을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세컨카로 불리는 고가의 픽업트럭까지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및 수입차 판매량은 167만8546대로 전년 171만6,934대에 비해 3만8388대가 감소했다. 고금리에 따라 차량 할부 구매금리까지 고공행진 하면서 구매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대신 신차 대비 낮은 가격의 중고차 구매 심리가 높아졌다.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19년 처음 출시된 현대 ‘더 뉴 그랜저’가 3개월 사이 검색량이 90.1% 상승했다.

반면 7000만원대의 픽업트럭의 지난해 국내 등록 대수는 957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3.4% 늘었다. 국내 픽업 시장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을 포함해 매년 3만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꾸준한 수요를 보인다. 이러한 고가의 픽업트럭은 상류층의 고급 취미생활에 활용되면서 일명 ‘세컨카’로 불린다. 일부 상류층은 경제난에 여파 없이 '레저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고금리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서민들을 위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가 일부 상류층의 레저용 픽업트럭에도 적용돼 그 취지를 잃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GM이 판매하는 GMC 시에라는 차 가격은 9350만~9500만원으로 고급 픽업트럭으로 홍보되는데, 세금은 국내 규정에 따라 1년에 2만8500원만 내면 된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에서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화물용량이 1000㎏ 이하인 비영업용 화물차는 한 대당 연 세액이 2만8500원으로 고정되어 있다. 자동차 세금뿐만 아니라 차량 구매 시 내는 취득세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차량 가격의 7%를 취득세로 내지만 픽업트럭은 차량 가격의 5%를 취득세로 내면 된다. 일반 승용차를 예로 들면, 쌍용 렉스턴에 부과되는 연간 자동차 세금은 약 56만 820원으로 렉스턴 스포츠&칸에 부과되는 세금보다 약 53만 원 정도 더 비싸다.

여기에 추가로 픽업트럭은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모두 면제된다. 또 사업자가 픽업트럭 차량을 법인 명의로 구매하면 차량 가격 10%에 달하는 부가세를 추후 환급까지 해준다. 일부 상류층의 레저활동에 활용되는 픽업트럭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세금에만 초점을 맞추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일반 승용차보다 자동차 보험료가 비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보험업계는 이달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앞두고 있다. 보험사와 차종별로 인하율 차이는 있지만, 평균 1.5% 이상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제너럴 모터스(GM)가 픽업트럭 브랜드인 GMC의 시에라 드날리 출시를 앞두고 있고, 국내 픽업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은 쌍용 자동차를 비롯해 각 자동차 회사가 픽업트럭을 레저에 특화된 아웃도어차로 홍보하고 있는 만큼 과세 분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