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롤스터의 정글러 ‘커즈’ 문우찬이 연패를 끊은 계기를 전했다.
KT는 2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젠지e스포츠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2대 1로 승리했다. 직전 디플러스 기아와 T1 등 상위권 팀에게 연달아 패하며 고민을 안았던 이들은 2위 젠지(현 3위)를 잡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3세트 초반 거듭된 실수로 분위기를 내줬음에도 특유의 교전 능력을 앞세워 기어이 역전에 성공한 것이 고무적이었다.
경기 후 쿠키뉴스와 만난 문우찬은 “2연패 상황인데다가 과정도 좋지 못해서 내부적으로 힘들었는데, 이겨내고 승리까지 거둬서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플레이오프에 가면 강팀들과 만나 경쟁을 해야 될 텐데, 젠지전 승리로 경쟁력을 갖게 된 거라 생각한다. 상대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게 돼서 오늘 승리가 매우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실 연패 과정에서 마음속으로 끙끙 앓았다. 고백하자면 게임을 하면서 불편한 마음들이 내게 있었다. 감독·코치님께 얘기해 선수들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다 같이 응어리를 풀었고, 다시 경기력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화 과정에서 팀의 자잘한 방향성도 수정했다고 덧붙였다.
KT는 이날 1세트 완승을 거두고도 2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 문우찬은 “상황 전달이나 콜 같은 건 좋았는데 확실히 플레이에서 부족했던 게 있었다”며 “운영 실수도 있었고 싸움도 못했다. 콜은 잘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자는 얘길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케이틀린’을 내준 것이 패인은 아니었다면서 “내 ‘리신’이 아쉬웠던 것 같다. 내가 정글을 다른 걸로 바꿔서 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고 털어놨다.
문우찬은 유독 리신 성적(통산 6승12패)이 좋지 않은 이유로 자신의 성향을 짚었다. “그간 거쳐 온 팀들에서 리신을 할 땐 창의적인 플레이나 공격적인 플레이가 정말 중요하다고 들어왔다. 그러나 내 성향이 그런 쪽과는 맞지 않다보니 승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연습할 땐 성적이 나쁘지 않다. 잘 쓸 수 있을 때까지 준비하고 있다.”
3세트 초반 사고가 났지만, 문우찬은 팀원들이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다독인 것이 역전으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그는 “중간중간 멘탈이 쉽게 무너지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거쳤다. 초반 흔들렸지만 이름을 불러주면서 ‘괜찮다, 고작 2데스다. 우리가 캐리하겠다’, ‘할 것 찾자’며 서로를 다독였다. 그간 우리가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오늘은 불리한 와중에도 할 걸 찾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문우찬은 “상대가 먼저 들어와야 되는 조합이다 보니 각을 최대한 주지 않으려 했다”면서 “바텀 부쉬에서 ‘기인’ 선수와 대기를 타다가 ‘아칼리’를 먼저 때리고 시작한 한타가 컸다. ‘케이틀린’까지 잡으면서 이겼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KT는 여전히 지옥의 연전을 남겨두고 있다. 다음 맞대결 상대는 리브 샌드박스(5위)와 한화생명e스포츠(4위)로, 순위 경쟁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상대라 필승이 요구된다. 문우찬은 “결국 강팀과의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행으로 한 두 경기 이기는 건 중요하지 않다. 계속 팀 적으로 맞춰가면서 우리 팀의 컬러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을 중요하게, 또 깊게 생각하면서 경기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문우찬은 이날 LCK 데뷔 400전을 치렀다. 그는 “나도 모르는 사이 400전을 했다. 중간에 경기를 뛰지 못할 때도 있었고, 잘 안 될 때도 있었는데 감독·코치님과 선수들이 항상 잘한다고 격려해주고 힘을 줘서 여기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도 자신감을 갖고 계속 경기를 해나가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