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내 집을 장만했다고 생각했어요. 분명 실거주 가능하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하루아침에 머물 수 없는 집이 됐어요. 이대로면 수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해요. 이렇게 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장 우리 가족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도 안 와요. 하루하루가 힘듭니다.
Y씨가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생활숙박시설인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이하 스테이에디션)’을 분양받은 건 2020년 12월. 당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분양가가 폭등하던 시기였다. 규제가 심해져 중도금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그때 생활숙박시설 홍보물이 눈에 띄었다. 거주가 가능하다는 문구에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홍보관엔 신문 기사가 걸려있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이름만 생활숙박시설이고 사실상 아파트인 줄 알았다. 학군이 좋다는 말에 아이를 키우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숙박업 신고를 해야 한다는 얘긴 누구도 해주지 않았다.
처음엔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프리미엄이 붙었다. 어느 날 갑자기 생활숙박시설 규제 뉴스가 나왔다. 그때 처음 알았다. 거주가 안 된다는 걸. 정부에서 한시적으로 생활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바꿔준다는 얘기에 분양받은 사람들 분위기가 좋아졌다.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어려운 일이었다. 건물이 건설 중인 상황에선 용도변경이 아닌 설계변경을 해야 했다. 설계변경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Y씨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상황에 처한 가구가 600세대에 이른다. 생활숙박시설은 단기 임대와 취사 등이 가능한 숙박 시설로, 호텔과 오피스텔 중간 형태다. 숙박업을 위한 시설이지만, 과거 지자체나 국토부 관리를 피해 일부 주거 목적으로 사용됐다. 스테이에디션 수분양자들이 실거주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분양받은 것도 이때다.
하지만 스테이에디션이 다 지어지기도 전에 생활숙발시설 관련 시행령이 개정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생활숙박시설이 틈새시장으로 주목받자, 국토부가 2021년 10월14일 ‘오피스텔 건축기준’을 일부 개정해 고시했다. 생활숙박시설을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로 규정하고, 주택용으로 실거주하면 건축법상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준 유예기간은 오는 10월 종료된다. 10월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수분양자들은 매년 매매 시세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6억~10억원에 달하는 현재 스테이에디션 매매가를 고려하면, 약 6000만~1억원의 이행강제금이 예상된다.
현재 힐스테이트 송도 스테이에디션를 분양받은 이들이 가장 원하는 건 건축기준에 맞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하는 것이다. 수분양자 72%가 용도변경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용도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직 건물이 준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용승인 난 건물만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며 “해당 시설은 건축 중이라 용도변경은 불가하고 설계변경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건물은 지상 8층까지(3일 기준) 철근이 올라간 상태다. 준공 예상 시점은 내년 6월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이후다.
설계변경은 더 어렵다. 먼저 수분양자 전원이 설계변경에 동의해야 한다. SNS 단체방에 모인 450여명의 스테이에디션 계약자 중 99%가 용도변경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30%의 분양자는 찾을 방법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시행사와 시공사는 계약자의 신상을 알려줄 수 없다. 그다음엔 시행사 협조가 필요하다. 시행사 관계자는 “오피스텔로 설계변경을 하려면 건축법상 갖춰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며 “그 조건들을 갖출 수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시행사에서 설계변경을 하려면 주차장, 소방시설, 통신시설 등 바꿔야 할 조건이 수백 가지다.
설계변경에 성공해도, 문제는 또 있다. 건축물을 짓거나 용도를 변경하려면 해당 땅의 지구단위계획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 기존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현재 스테이에디션이 위치한 땅은 전체의 40% 미만만 오피스텔로 쓸 수 있고, 60% 이상은 업무시설로 운영해야 한다. 지자체에서 지구단위계획과 다르게 주거시설로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업무시설로 계획된 땅의 지구단위계획을 오피스텔로 변경하면 학급 과밀화, 교육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논의가 필요하다.
수분양자들은 자신들이 속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몇 가지 있다고 주장한다. 분양 전 스테이에디션 모델하우스 내 홍보물은 ‘실거주 가능’과 ‘전입신고 가능’을 강조하고 있었다. 실제 쿠키뉴스가 입수한 당시 분양사 상담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송도 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즉시전매 및 전입신고 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이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분양 홍보물에도 해당 생활숙박시설에 대해 ‘아파트+오피스텔+호텔’로 각 시설의 장단점을 결합한 신개념 거주 공간임을 강조했다. 생활숙박시설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표시‧광고사항 고시에 따라 수익(률) 산출 방법, 보장 기간 및 보장방법 등을 명시해야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수익 산출 방법 등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수분양자들은 스테이에디션을 인근 다른 아파트와 비교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는 사라진 스테이에디션 분양 홍보 홈페이지에는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 3차’, ‘디에이치아너힐즈’ 등의 아파트와 비교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 같은 홍보는 생활숙박시설을 아파트로 착각하게 할 위험이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3년 오피스텔을 분양하며 주상복합 아파트와 비교해 광고한 한 건설사에 대해 시정조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스테이에디션은 분양가보다 낮게 거래되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기록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상승기 스테이에디션은 매매가에 1억~2억원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으나, 현재는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1000만~2000만원을 형성 중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며칠 전 스테이에디션 분양자가 왔다 갔지만, 사실상 생활숙박시설은 거주가 불가능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시에서도 그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고 전했다.
이진철 국토부 과장은 “해당 건물은 호텔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되고 허가받은 것이다”며 “따라서 주택 기준을 물리적으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주택으로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만일 분양 시 문제가 있었다면 재판과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