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주 69시간까지 노동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두고 청년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청년 노동자들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쉴 수 있게 하겠다는 정부 주장을 두고 현실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비판한다.
민주노총 소속 청년 노동자들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에 청년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며 “과로사로 내모는 현 개편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사용자(고용주)는 근로자에게 주당 법정 기본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한 52시간 이상 일을 시킬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처벌 대상이다. 정부 개편안은 연장노동시간 관리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1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를 통해 연장노동시간을 휴가로 적립하고,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인식 개선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청년 노동자들은 “정부는 장시간 노동을 하면 장기휴가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헛소리일 뿐”이라며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는 실정에서 장기휴가는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른바 MZ세대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도 정부의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새로고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는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상향해온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을 역행 내지 퇴행하는 요소가 있다”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국제사회 노동기준에서 우리나라가 지향하는 핵심적이고 주요한 요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탈피하기 위한 제도적인 기반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등 시기상조”라며 “노동자 개인으로서는 현행법상 보장된 근로조건이 자율적인 의사에 반해 집단적 의사결정과 의사표시만으로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야당은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전날 정부의 주 52시간제 개편에 대해 “재벌과 대기업에는 퍼주지 못해 안달이고 국민은 쥐어짜지 못해 안달이다”이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시간 개악을 국회에서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