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경 소감서 ‘여성’ 지운 SBS, 韓 반페미니즘 보여줘”

“양자경 소감서 ‘여성’ 지운 SBS, 韓 반페미니즘 보여줘”

기사승인 2023-03-16 10:07:15
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양자경. AP 연합뉴스

SBS가 95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배우 양자경(양쯔충·미셸 여)의 소감에서 ‘여성’이라는 발언을 편집한 채 보도했다가 뭇매를 맞고 있다. 미국 타임, 영국 NME 등 외신도 해당 논란을 자세히 소개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타임은 15일(현지시간) ‘반(反) 페미니스트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한국 방송이 양자경의 오스카 수상 소감을 검열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고 이번 논란과 함께 한국 내 반페미니즘 움직임을 진단했다.

매체는 “양자경이 ‘여성 여러분, 누구도 당신에게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을 하지 못하게 하십시오’라고 말한 순간은 전 세계 여성과 아시아인에게 영감을 줬다. 하지만 SBS 뉴스에선 ‘여성 여러분’이 눈에 띄게 생략됐으며 자막에도 번역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분노는 한국 여성들이 페미니즘과 양성평등 운동을 향한 적대감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발생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반페미니즘은 여성가족부 폐지 계획을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한국은 정치·경제·교육·건강 분야의 성별 격차를 담은 세계경제포럼의 성 격차 지수에서 세계 146개국 가운데 99위를 기록했다”고 적었다.

NME도 “SBS는 양자경의 소감에서 ‘여성’을 편집해 비판받았다. 누리꾼들은 여성 혐오 네트워크를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CNN 인도네시아 역시 “SBS는 방송에서 ‘여성 여러분’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지웠다. 화면에 잡힌 자막에도 해당 내용이 빠졌다”면서 이것이 여성혐오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npr은 “SBS 뉴스 공식 게시판에는 이번 조치가 검열에 해당한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댓글이 수십 건 쏟아졌다”며 “이 사건은 한국의 젠더 담론을 둘러싼 긴장된 분위기를 짐작하게 한다. 스스로 성차별 희생자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이 이끈 반페미니즘 물결이 여성의 임파워먼트에 관한 논의에 오명을 씌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SBS는 “의도를 갖고 (양자경의 발언을) 왜곡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 유튜브에서 기존 영상을 삭제하고, ‘여성들’이라는 자막을 살린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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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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