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전 주말에 갑작스럽게 터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는 전 세계에 충격을 가져다줬습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빠르게 수습을 하나 싶었더니만 시그니처은행이 연이어 파산해버린데 이어 지난주에는 크래디트스위스은행(CS)에서 위기가 발생하는 등 글로벌 금융업계에 부정적인 이슈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부정적인 영향은 한국도 피해갈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사실 한국의 경제상황은 SVB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취약점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는데요, 금융전문가들은 ‘부동산PF’가 한국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부동산PF가 뭐길래 ‘뇌관’, ‘시한폭탄’과 같은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요. 부동산PF(Project Financing)란 기업의 신용과 담보에 기초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존의 기업금융과 달리 기업과 법적으로 독립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을 의미합니다. 건설사들은 PF대출을 통해 공사비를 충당한 뒤 발주처에서 분양수익이 들어오면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부동산PF는 하나의 사업에 들어가는 투자금액이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규모가 제각각입니다. 경기가 호황일때는 예상기대수익이 높은 만큼 많은 금융사들이 참가하다 보니 자금을 끌어모으기 좋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때 자금흐름도 경색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같은 특성은 현재 부동산시장의 상황과 비교하면 명약관화하죠. 부동산 시장의 경색으로 아파트나 라이브 오피스. 생활형 숙박시설 등의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보니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 미분양 주택은 전년 같은 시점에 비해 50.5% 늘어났습니다. 이는 부동산PF로 돈을 잔뜩 빌린 건설사들의 파산위험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건설사들의 부실은 곧 금융사들의 부실로 이어집니다. 특히 부동산PF는 캐피탈, 저축은행, 금융투자회사와 같은 2금융권에서 중점적으로 실행됐는데, 이들은 시중은행보다 자본규모가 작다보니 부실이 발생할 경우 버틸 여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캐피탈·보험사 등 2금융권의 부동산PF대출 잔액은 85조800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권 전체 PF규모인 116조5000억원 중 73.6%가 2금융권에 쏠려있죠. 문제는 부동산PF 잔액이 늘면서 2금융권의 부동산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익스포저는 보수적으로 집계했을 때 손실이 날 수 있는 최대 금액입니다.
개별 업권으로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지난해 9월 기준 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의 익스포저는 27조2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말에 비해 331.7% 급증했습니다. 전체 업권 중 가장 빠른 증가세입니다. 저축은행의 익스포저는 10조6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152.4% 늘었고요. 보험사는 44조6000억원, 증권사는 27조40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보험사와 증권사의 익스포저는 5년 전 대비 각각 104.6%, 67.1% 커졌습니다.
이처럼 2금융권의 리스크는 점차 증가하고 있어 금융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에서는 일부 제2금융권과 건설사들을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모니터링 결과 당장은 부실징후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금융위에서는 부동산 PF 리스크를 전체 시스템의 위기로 보기는 어렵지만, 꾸준히 리스크 상황 지속에 대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