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살인 혐의가 유죄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아가동산)
“종교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각종 착취를 고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MBC)
종교단체 아가동산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 방송을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양측은 이렇게 날을 세웠다. 재판부는 다음 달 중순 이후 결론을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아가동산과 교주 김기순이 MBC와 조성현 PD를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심문을 열었다. 아가동산은 최낙원 군 살인사건 등 ‘나는 신이다’ 5~6화에 담긴 내용에 허위 사실이 포함됐고 제작진이 사실 확인도 요구하지 않았다며 지난 8일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가동산 측 대리인은 김기순이 1997년 살인 및 사기 등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면서 “그런데도 (‘나는 신이다’가) 여전히 김기순이 살인범 아니냐는 강한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확정판결을 뒤집을 만한 명백한 근거가 발견돼야 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새로운 진술만으로 내용이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MBC 측은 방송의 공익 목적을 강조했다. 대리인은 “어머니가 아들의 죽음을 용인하고, 부모가 딸에 대한 집단폭행 지시를 이행하고, 월급 없이 노동하고 권리를 찾지 않는 것, 이것이 아가동산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보편적 윤리가 종교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고발하고 경계하고 싶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다음 달 7일까지 추가 서면공방을 받은 뒤 이 사건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다만 재판부가 아가동산 손을 들어주더라도 넷플릭스가 자발적으로 방송을 내리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아가동산 측은 애초 넷플릭스도 소송 대상에 포함했으나 지난 20일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를 상대로는 가처분을 취하했다.
아가동산 측 대리인은 넷플릭스 계약서에 이런 상황에 대비한 처리 조항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넷플릭스-MBC 간 권리관계 파악을 위해 MBC 측에 계약서 내용을 추가로 제출하라고 했다. 아가동산 측에는 탈퇴자들 진술을 허위로 볼 만한 증거를 요구했다.
아가동산 측은 2001년에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인용 결정을 받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방영 예정이었던 ‘아가동산 그 후 5년’을 특집 다큐로 긴급 대체 편성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 PD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를 언급하며 “우려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넷플릭스에서) 내려갈 수 있는 방송이라, 힘들어도 꼭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측도 ‘나는 신이다’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방송금지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은 “JMS 측이 제출한 자료들만으로는 주요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