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가 서동철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에이스였던 허훈이 빠진 공백은 너무나 컸다.
수원 KT는 지난 2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6라운드 전주 KCC와 맞대결에서 88대 89로 패배했다.
6연패 수렁에 빠진 KT는 20승 33패로 8위가 확정됐다. 잔여 경기가 1경기 남은 상태에서 7위 원주 DB(22승 31패)와 2경기 차이가 나 순위를 뒤집지 못한다.
KT는 올 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시즌 전 열린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연습 경기에서도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전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9개 구단 감독들 중 5명은 KT의 손을 들어줬다.
시즌이 시작되자 KT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나란히 부진한 탓이다. 높은 연봉을 주고 데려온 랜드리 은노코는 비시즌에 당한 부상으로 20경기에서 평균 5.6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한국농구연맹(KBL) 컵대회에서 MVP를 차지한 이제이 아노시케는 팀 동료와 호흡이 맞지 않았다.
KT는 지난해 12월 외국인 선수를 모두 바꾸는 초강수를 뒀다. 외국인 교체 직후 5연승을 달리기도 했지만, 다시 내리막을 겪었다. 다른 팀에 비해 외국인 선수들의 골밑 장악력이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저조한 활약보다 더 큰 문제는 허훈의 공백이었다.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T에 입단한 허훈은 5시즌 통산 평균 13.8점 5.9어시스트를 기록한 국내 최고의 가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9~2020시즌에는 정규리그 MVP도 수상했다. 지난 시즌에도 팀 득점 2위, 어시스트 1위에 오른 대체 불가 자원이었다.
허훈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허훈은 올 시즌 D리그에서도 MVP를 수상하는 등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원소속팀 KT는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기량발전상(MIP)을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맞이한 정성우는 허훈의 대체자 역할을 맡았지만, 9.8점 4.0어시스트로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 시즌(평균 9.7점 3.6어시스트)에 비해 기록이 소폭 올랐지만, 기대치에 비해선 아쉬움이 따른다. 허훈이 빠지고 공격 비중이 더욱 늘었지만 상대 팀의 집중 견제에 고전했다.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경기력의 기복도 심해졌다. 올 시즌 치른 47경기 중 한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경기가 28경기나 된다.
서 감독이 허훈을 대체할 키플레이어로 꼽은 박지원도 평균 2.0점 1.6어시스트로 커리어 로우 시즌을 보냈다. 수비에 특화된 선수라지만 대학시절에 비하면 프로 무대에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팀에서도 입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시즌 도중 야심차게 데려온 필리핀 출신 데이브 일데폰소도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일데폰소는 20경기에 나서 평균 5.3점 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허훈에 이어 국내 선수 1옵션으로 자리 잡은 포워드 양홍석은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소화하지 못했다. 평균 성적은 12.7점 5.9리바운드 2.8어시스트로 전년도(12.6점 6.2리바운드 2.9어시스트)와 비교해 차이가 나지 않지만, 야투율이 전년도 48.0%에서 42.3%로 5% 넘게 줄었다.
KT에 유일한 위안거리가 있다면 센터 하윤기의 성장이다. 하윤기는 평균 15.3점 6.4리바운드를 거둬 지난 시즌(평균 7.5점)에 비해 2배 오른 득점력을 뽐냈다. 다음 시즌 2라운드에 복귀하는 허훈과 하윤기의 콤비 플레이를 벌써부터 팬들이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