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 vs 얼라인…주총의 승자는 ‘JB금융’
지난 20일부터 30일까지 금융사들의 주주총회가 몰려있는 ‘슈퍼 주총데이’가 끝났다. 이 중 금융권의 관심이 가장 쏠렸던 곳 중 하나가 JB금융지주의 주총이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14.04%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주주총회에서의 마찰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주주총회의 결과는 JB금융의 승리로 끝났다. JB금융은 전날 전북 전주 본점에서 ‘제10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보통주 주당 715원 배당금 지급안을 의결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누적 배당 성향 33% 수준의 900원을 주당 보통주로 제안했지만 결국 부결로 끝났다.
이는 이날 주총에서 출석 의결권 수의 76.74%, 발행주식 총수 대비로는 73.1%가 JB금융 이사회 안에 찬성했기 때문이다. 얼라인의 JB금융 지분이 14%대인 것을 고려하면 JB금융의 주요 대주주들은 JB금융 이사회 현금배당 안건에 몰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JB금융은 그간 ‘과도한 배당이 기업가치를 해칠 수 있다’며 얼라인의 배당안 제안을 거절했다. 김기홍 회장도 이에 대해 “올해 이사회 배당안에 따른 배당성향은 27%로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 선임안도 JB금융의 안건이 통과됐다. JB금융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유관우, 성제환, 이상복)들은 과반수 찬성으로 선임됐다. 얼라인은 뱅크오브아메리카 서울지점 대표와 호주뉴질랜드(ANZ)은행 한국 대표 등 외국계 금융사 출신의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제안했지만, 의결권수 대비 37.62%, 발행주식 총수 대비 35.84%의 찬성률을 받아 부결됐다.
이에 대해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JB금융 이사회가 합리적인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 정책을 도입해 저평가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올해 주주제안 안건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많은 주주의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이처럼 주총서 승리를 거둔 JB금융이지만, 올해 ‘비이자이익’ 확충이라는 숙제가 남아있다. JB금융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전년(1176억원) 대비 37.6% 줄어든 73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비이자이익을 견인하는 유가증권 관련 수수료 수익이 344억원으로 전년보다 44%나 감소했다.
김기홍 회장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수익성 중심의 내실 경영,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통해 그룹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수익성 중심의 질적 성장, 디지털 부문 경쟁력 제고, 사업 다각화와 그룹 시너지 극대화를 통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 투명 경영화, 상호 존중 기업 문화 강화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변은 없었다”…무난한 주총 끝낸 DGB금융, 실적향상은 ‘고민’
DGB금융지주의 주주총회는 금융권의 예측대로 ‘이변’ 없이 무난하게 끝났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임기 연장에 성공해 2024년까지 DGB금융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인사와 관련된 이슈들도 없었다.
DGB금융이 30일 진행한 주총서 논의된 안건은 총 7개로 모두 의결됐다. 통과된 안건은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1주당 650원)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임의 건 △감사위원회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위원 선임의 건 △임원퇴직위로금규정 승인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다.
마지막 안건인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금융권의 관심을 받았다. 주총이 시작되기 전날인 29일 DG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DGB금융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반대표를 던진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분 10.05%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이번 반대표에 대해 “등기이사의 보수 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춰볼 때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안건은 김태오 회장 보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난하게 통과됐다. 국민연금 측의 별도 발언을 비롯한 이견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주가 부양을 위한 대응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태오 회장은 “앞으로 자사주 소각과 중간배당을 적극 도입해 주주환원 정책을 늘리겠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난한 주총을 끝낸 DGB금융이지만, BNK, JB금융보다 해쳐나갈 난관이 많다. DGB금융은 지난해엔 금리 상승으로 호실적을 낸 다른 은행지주와 달리 전년(5031억원) 대비 20.2% 감소한 40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DGB금융의 역성장은 비은행 자회사의 실적 부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투자금융(IB)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하이투자증권은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실적이 1년새 1674억원에서 420억원으로 74.9% 급감했다. DGB생명은 지속된 보험이익 감소와 책임준비금전입액 확충으로 427억원에서 212억원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그나마 핵심 자회사인 대구은행은 1년 전보다 17.5% 증가한 3878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은행과 그룹 모두 자산건전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말 연체율은 은행 기준 0.43%, 그룹 기준 0.61%로 전년대비 각각 0.21%p, 0.27%p 악화됐다. 또한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은행 0.43%, 그룹 0.95%로 같은 기간 0.12%p, 0.39%p 씩 각각 상승했다.
DGB금융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DGB금융은 올해 초 그룹 디지털 전략 통합의 연계성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신성장동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디지털 전략 의사결정기구인 디지털가속화위원회를 신설했다.
김태오 회장은 “엔데믹 시대의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하고 실속 있는 디지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핵심 사업 아젠다에 대해 논의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행력 확보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