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 신고제, 제약·의료기기 산업 ‘리베이트’ 체질 개선 이룰까

CSO 신고제, 제약·의료기기 산업 ‘리베이트’ 체질 개선 이룰까

지난달 30일 김성주 의원 발의 CSO 신고 의무제도 본회의 통과
업계 “리베이트 근절 발판”vs“의사도 구체적 패널티 있어야”

기사승인 2023-04-04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의료기관과 업체 사이 영업·컨설팅을 담당하는 ‘영업대행사(Contract Sales Organization, 이하 CSO)’의 신고 의무화 제도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업계는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의료법 개정 한계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CSO 신고제 도입’ 약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지난 3월30일 의결됐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CSO에 대한 실질적인 영업 형태 및 규모 등에 대한 실태 파악이 어려운 실정에서 신고제 도입을 통해 CSO를 제도권 안에서 투명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것이다. 

해당 개정안의 통과로 CSO 업체는 내년 하반기부터 영업소 소재지 시·군·구에 영업 활동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CSO 업체는 제약사 등이 판매촉진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반드시 위탁계약서를 작성하고 관련 근거 자료를 보관해야 하며, 다른 업체에 맡길 경우 제약사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이러한 개정안이 등장한 계기는 일부 의약품 및 의료기기 업체들이 자사 제품 영업을 외부 영업대행사에 위탁하면서 리베이트를 취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약 혹은 의료기기 업체가 CSO에 판매를 위탁하면 CSO 업체는 대신해서 의료기관과 판매 계약을 맺어준다. 이를 통해 생산업체는 영업 조직을 간소화해 의약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CSO 판촉위탁 영업이 우회적 불법 리베이트 제공의 신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일례로 업체가 CSO에 높은 판매 수수료를 주고 이 중 상당 부분을 ‘의사 리베이트’에 활용하는 방법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CSO 이용현황을 보면 응답한 제약사의 27.8%, 의료기기업체의 39.6%가 CSO에 영업을 위탁하고 있었다. 수수료는 평균 37%로, 최대 65%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또한 영업대행사 영업을 위탁한 제약사의 93.8%, 의료기기업체의 45.2%가 서면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는데, 계약 내용 상 정보 공유 의무와 리베이트 예방 교육 실시 여부를 모두 명시한 곳은 제약사 79.3%, 의료기기업체 21.6% 뿐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의약품 및 의료기기 판촉영업자의 신고제를 도입, 미신고 판촉영업자에 대한 업무위탁 및 업무 재위탁 금지, 종사자의 판매질서 교육 등을 규정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CSO 관련 제도는 2014년 리베이트 처벌법이 통과된 이후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화, 그리고 이번 CSO 신고제까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업계는 개정안 취지에 대부분 공감한다는 반응이면서도, 이견이 나타나는 부분도 있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를 복지부령으로 정한 바에 따라 시군구청장에게 신고토록 하면서 그간 법률 사각지대에 있던 부분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바탕이 될 것이다. CSO에 대한 현황 파악과 관리를 통해 불법 리베이트가 줄어들고 보다 투명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의무를 통해 합법과 불법을 명확히 인지시켜 자정능력을 확보하고 유통 과정에서 투명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반면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CSO 규제를 강화한다는 취지는 좋다. CSO는 개인사업자가 많아 신고제로 보고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리베이트를 밝혀낼 수 있느냐는 미지수다. 의사나 CSO 둘 중 한 명이 말하지 않는 이상 불법 리베이트를 하는지 알아내기 쉽지 않다”며 “리베이트를 받는 의사 쪽에게도 구체적으로 패널티를 주는 법안(의료법 개정안)이 함께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의료기기 업체는 제약업계에 비해 CSO 신고제 관련 관심도가 다소 떨어졌다. 시장 생태계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보다는 중간 유통업체이자 구매대행업체인 ‘간납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 업체 중 CSO 업체를 사용하는 곳이 많지는 않다. 의료기기사 대부분은 제약과 다르게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라 수수료로 먹고사는 CSO 업체에게는 이득이 별로 없다. 제약사 중 의약품과 의료기기 소모품을 같이 위탁판매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를 대비해 의료기기 산업을 함께 포함한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의료기기는 중간 유통업체인 간납사가 문제가 된다. 간납사는 의료기관을 대신해 구매대행을 하는 곳을 말한다. 이들 중 일부는 판매대행을 빌미로 중간에서 과도한 할인율과 통행세를 요구해 기업들의 손해를 키우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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