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사회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매듭을 지어야 할 때 

이제는 우리사회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매듭을 지어야 할 때 

글‧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기사승인 2023-04-09 08:29:02

한강의 기적. 세계가 놀라는 경제성장의 이면에 이런 참혹한 일이 벌어지리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소한의 안전 독성검사조차도 하지 않고 어린이조차도 무해하다고 광고한 뻔뻔하기 그지없는 기업. 허술한 관리로 화를 자초한 정부. 대형 로펌의 놀이터가 된 사법부.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이라고 해도 우리 국민들이 행복해할 수 없다. 일상에서 터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국민들은 늘 불안 불안해합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세간에 알려진 지 12년이 넘은 참사지만, 피해자들은 아직 고통 속에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탓이다.

흡입독성물질을 원료로 한 분무형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 1994년부터 시중에 유통돼 2011년까지, 17년간 400여만 명이 무방비로 노출된 대형 참사를 불렀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지난 2월28일 기준 통계에 따르면 사망자는 1810명, 피해자는 7,822명에 달한다.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이들까지 더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집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뒤 건강이 악화된 피해자는 약 67만 명, 사망자는 약 1만 4000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호흡기계질환을 비롯해 이와 동반되는 안질환, 피부질환 등에 한해서만 건강 피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참사 피해자들은 암 뿐만 아니라 만성피로증후군, 운동장애, 자가면역질환도 호소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나노 크기로 폐에서 간·신장·골수 심지어는 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되면 미토콘드리아 산화스트레스와 소포체 스트레스가 발생해 폐를 포함하여 노출되는 부위마다 심한 염증과 섬유화가 발생한다. 알려진 폐손상, 간질성폐렴, 폐렴, 천식 외에 신장·간장·면역·근육 손상과 더불어 신경정신질환, 발달장애, 암, 심혈관질환, 운동장애, 에너지대사 이상 등이 보고 됐다. 특히 어릴 때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이들의 피해는 심각하다. 영아 때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될 경우 천식, 폐렴을 앓은 후 크면서 호흡기 증상은 좋아져도 만성피로증후군, 운동장애로 일상 활동이 어려운 사례가 많다. 

사참위는 정부 각 부처가 원인물질 및 제품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독성실험도 부실하게 했고, 부당표시 광고도 걸러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기업도 SK케미칼은 안전성 검토 없이 원료를 옥시레킷벤키지, 홈플러스, 에경산업 등에 판매했고, 유통업체들은 “인체에 해가 없다”는 취지로 광고를 해 참사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작 참사 책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조정안을 마련했지만, 생존자들이 평생 짊어질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임에도 가해 기업 옥시레킷벤키지와 애경은 조정안을 거부했다. 

그동안 가습기살균제 연구도 성과를 보여 가습기살균제 피해기전인 미토콘드리아 산화스트레스와 소포제 스트레스를 막아주면, 가습기살균제 치료의 길도 마련될수 있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매듭을 지을 때가 되었다.  

나이 어린 피해자들의 건강 피해가 큰 만큼 국가가 책임지고 환자의 미래 의료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 3년으로 기간이 제한된 요양급여에서 기간 제한을 없애거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의료보호 환자로 지정해 치료 보장을 해주어야 해야 한다.그리고 기업은 가습기살균제 조정안을 마련하는데 성실히 참여해야한다. 우리사회 환경부정의와 불공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이제 새 정부에서 의지를 갖고 참사의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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