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물 논란 많은 혈압약, 원산지가 문제일까

불순물 논란 많은 혈압약, 원산지가 문제일까

발사르탄 사태 이후 혈압약 불순물 이슈 4건 이상 이어져
“원료 중국·인도산 90%… 공정 과정에서 생길 가능성 높아”

기사승인 2023-04-11 06:00:20
쿠키뉴스 자료사진

고혈압 치료제 ‘발사르탄’ 사태 이후 당뇨약, 천식약, 금연 치료제 등에서 발암 우려 원인 ‘니트로사민류’ 불순물(이하 NDMA)이 연이어 검출되고 있다. 불순물 함유에 대해 일부 해외 원료 의약품의 사용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공정 과정상 일어나는 비의도적인 현상으로 예방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NDMA 불순물 이슈는 지난 5년간 총 15개 성분에서 나타났다. 그 중 혈압약 관련 불순물 이슈는 4건 이상으로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사르탄 성분 함유 의약품 175개 제품에 대해 기준치 이상의 NDMA 불순물이 발견됐다며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이후 3년 만인 2021년 9월 마찬가지로 고혈압 치료제 중 로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3개 성분의 73개 품목에서 불순물이 검출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다만 해당 성분들은 NDMA가 아닌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불순물 ‘아지도’가 발견된 사례였다. 2021년 12월에는 로사르탄 제제 295개 전 품목에서 NDMA 성분 우려가 제기돼 관련 회사 측에서 자진 회수를 진행했다.

그러던 올해 3월, 이번에는 고혈압 치료제 ‘아테놀올’ 성분에서 문제가 일었다. 인도 수입업체에서 들여온 제품에서 불순물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현재 아테놀올 성분 제제는 국내 50개 제약사가 생산 중이다. 식약처는 해당 원료를 쓰는 제약사에 자체 검사 지시를 내렸으며, 기준치가 초과 검출된 곳에는 자발적 회수를 요청했다. 

중국·인도에서 건너온 원료들…원산지가 문제?

지난 발사르탄 사태를 비롯해 국가 기준을 초과한 불순물 함량을 보였던 의약품들은 대체로 해외에서 들여온 원료 의약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르탄 원료는 중국에서 들어왔고, 로사르탄의 경우 인도 제약사의 원료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로 밝혀졌다. 최근 논란이 터진 아테놀올 원료 역시 인도산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약사들은 해외에서 싼 가격에 원료 의약품을 구입하고, 이를 국내에서 재공정해 완제 의약품을 만들고 있다. 물론 이는 혈압약만의 일은 아니다. 당뇨약 등 국내에서 흔히 처방되는 의약품의 다수가 해외 원료를 재가공해 탄생된다. A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입산 의약품 원료의 90%는 중국, 인도에서 가져온다”며 “국내에서 원료를 제조해 약을 만드는 것보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수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라고 말했다.

B제약업계 관계자는 “유독 혈압약에서 불순물 이슈가 많은 것은 여러 의약품들 중에서도 성분이 다양하고 싸게 다량 처방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라면서 “약 자체 원가가 낮아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저렴한 해외 원료 제품을 사용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혈압약이나 당뇨약 같은 만성질환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인 만큼 더 크게 주목받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불순물 문제가 불거질만한 의약품을 걸러서 도입할 수 없는 걸까. 이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경우 정부 검증 과정을 거쳐 허가돼 원료 자체로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약은 성분 안정성이 취약해 공정 과정에서 불순물이 다량 생기면서 기준치를 넘기는 경우가 있다.    

식약처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의약품에서 불순물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한데, 주로 원료 공정을 바꾸는 과정이나 완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공정 과정에서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사전에 유통을 방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정 효능군 의약품에서 불순물 이슈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주성분의 구성 탓일 수도 있지만 아직 명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고 했다.

식약처는 NDMA 등 불순물이 연이어 발견되는 상황에 대해 “원래 진행하고 있던 검사 결과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처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2019년부터 전체 합성 의약품을 대상으로 NDMA 발생 가능성을 평가하고 제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관련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불순물 검출 정보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향후 더 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약업체 자체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약처는 ‘의약품 중 비의도적 불순물 저감화 전략 마련을 위한 연구’를 내년부터 3년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연구를 통해 의약품 제조 현장 상황을 반영한 불순물 발생 요인과 가능성을 조사할 방침이다. 식약처는 발생 가능한 의약품 불순물에 대한 시험법을 개발하는 등 불순물 저감화 전략 개발을 목표로 두고 있다.

제약사들도 원료 물질 국산화에 집중하는 추세다. B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료 의약품 품질 이슈가 많고 또 전쟁 등 대외적 이슈가 있다 보니 수급이 불안정한 면도 있다”며 “일부에서는 국산 원료 의약품을 개발하고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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