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최근 당내 간섭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당 지도부 행보에 관여하겠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갔다. 여당 지도부는 ‘전 목사 선 긋기’에 나섰지만 단호히 끊어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 목사는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사랑제일교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상·하원 의원 등이 담임 목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은 권력을 갖기 때문에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며 ”홍준표 대구시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등은 전광훈 목사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특히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도 이전과 같이 ‘폭동’이라고 칭하면서 논란을 이어갔다.
전 목사의 발언이 적잖게 당내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나오자 여당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달아 나왔다. 전 목사가 당내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의힘은 전 목사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극단 언행을 하는 인물의 영향을 받는 정당이 아니다”며 “마치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력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대체 전 목사가 집권여당에 얼마의 채권이 있길래 오만방자하게 떠드는 거냐”며 “당 지도부는 전 목사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일부 당 지도부가 전 목사를 확실히 끊어내지 못한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지난 3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 목사와 설전을 이어가던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대해 더 전념하셨으면 좋겠다”고 저격했다.
당 소속 지자체장에게는 자중하라고 요청했지만 정작 전 목사를 향해서는 “우리 당은 전 목사와 강한 선을 그어야 하는만큼의 관계가 없었다”고 다소 정제된 발언만 내놨다. 전 목사가 좌지우지하는 일부 보수층을 의식해 발언에 신중을 기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이 있다.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 목사에겐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한마디도 못하면서 내겐 ‘지방 일만 잘하라’고 질타하느냐”며 “(전 목사의) 밑에서 잘해보라”고 불쾌함을 드러낸 바 있다.
전문가는 ‘극우 발언’에 따라 논란될 때는 여당 지도부의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수 성향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전 목사를) 극우라고 표현하기에는 ‘우파’라는 단어가 상당히 폄하되는 것 같다”며 “정치인들이 (자신을) 언급하고 논란되는 것 자체가 영향력의 행사라고 여기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소장은 “당에서는 두 가지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며 “ 하나는 저런 발언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 목사를 옹호했던 사람들에게는 강한 조치를 내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이날 쿠키뉴스에 “전 목사의 발언은 개인이 법적 책임을 지는 문제에 국한되지만,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문제”라며 “입만 열면 ‘야당 때리는 방식’ 가지고는 여당은 내년 총선을 돌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당심 100% 투표로 하다 보니 전 목사의 발언 등에도 최소 (당원의) 50% 이상이 (지도부에) 박수를 보낼 것”이라며 “민심과는 동떨어진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 지도부의 지도자가 그래서 중요하다. 국민 전체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때 지도부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내년 총선 결과를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