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우리에겐 자부심이 있다.” 배우 김희애와 문소리, 서이숙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울렸다. 이들이 만난 건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 김희애가 이미지 메이커 황도희 역, 문소리가 인권 변호사 출신 서울시장 후보 오경숙 역을 맡아 경쟁과 연대를 보여준다. 서이숙은 선거판을 흔드는 대기업 회장 손영숙, 류수영은 오경숙과 맞붙는 또 다른 후보 백재민을 연기한다. 이들 배우와 오진석 감독은 오는 14일 공개를 앞두고 11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퀸메이커’ 제작발표회에서 “전 세계에 ‘우리’를 보여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강력한 두 여성의 충돌과 연대, 그 자체로 가치 있죠”
극 중 황도희와 오경숙은 동상이몽을 꾼다. 대립각을 세우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유로 서울시장 선거라는 한 배를 탄다. 황도희의 목표는 백재민이 아닌 오경숙을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것. 국내에서 정치와 선거를 다룬 작품 대다수가 남성 배우로 판을 짠 것과 달리 ‘퀸메이커’는 주요 캐릭터를 모두 여성으로 배치했다. 오 감독은 실제 영어권 국가에서 킹메이커와 달리 퀸메이커는 정식 단어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전형적인 남성 권력 암투 세계로 통하는 정치판에서 강력한 두 여성이 충돌하고 연대한다”면서 “정치물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들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을 것”이라고 차별점을 짚었다.
“여배우가 이 정도로 뭉친 건 ‘우생순’ 이후 처음”
김희애와 문소리의 만남은 ‘퀸메이커’의 기대점 중 하나다. 이들은 ‘퀸메이커’가 이야기하는 색다른 여성서사에 끌렸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남성 배우 위주인 작품뿐이라 남장이라도 해서 출연하고 싶다고 했던 김희애는 ‘퀸메이커’를 보고 짜릿함을 느꼈다. 문소리 역시 2008년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후 여성 배우가 이렇게 많이 뭉친 건 처음이라고 했다. “여성 서사 중심에서 작품을 이끌 수 있다는 게 좋았다”(김희애), “여배우들이 이런 앙상블을 보여준 건 ‘우생순’ 이후 처음”(문소리), “여성에게 잘 허락되지 않던 대기업 회장·정치인 등을 연기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서이숙) 등 저마다 뿌듯함이 담긴 소감을 전했다. 청일점을 자처한 류수영은 “2023년인데 남녀 구분하는 건 촌스럽지 않냐”며 “남성 정치인이라는 말이 없듯, 여성 정치인이 아닌 그냥 정치인으로 생각하고 성별 구분 없이 즐겨주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대한민국에 이런 배우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오 감독은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생각하며 ‘퀸메이커’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대척점에 있는 두 여자가 끝까지 가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선거전, 정치물로 확장했다. ‘퀸메이커’가 정치물의 전형성을 따르지 않은 이유다. 이어 그는 극 중 황도희와 오경숙을 각각 얼음과 불에 비유하며 “모순적이고 어려운 시너지를 김희애, 문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잘 표현했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김희애와 문소리, 서이숙은 “대한민국에 이런 배우들이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면서 “우리에겐 자부심이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수영은 “남자선배들보다 여자선배들이 편하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호흡만 함께 맞춰도 연기가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다. 연기를 보는 쾌감이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