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에 돋보기 들이대는 손보사…의료자문 5만건 넘겨

백내장에 돋보기 들이대는 손보사…의료자문 5만건 넘겨

지난해 의료자문 5만여건…전년 대비 43% 증가
금융당국,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청구 기준 강화

기사승인 2023-04-18 06:00:43
지난해 6월 백내장 미지급 보험금 피해자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은빈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의료자문이 지난해 5만건을 넘겼다.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내부 심사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 전문가에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절차를 말한다.

17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흥국화재,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16개 손보사의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 건수는 총 5만1653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시행 건수 3만5992건과 비교해 봤을 때 43.51%가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보험금 청구건 중 의료자문 실시율이 가장 높은 보험사는 신한EZ손해보험으로 1.37%였다. △캐롯손해보험 0.42% △하나손보 0.31% △AXA손보 0.26% △농협손보 0.19% △MG손보 0.18% △삼성화재 0.16%가 그 뒤를 이었다.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률이 가장 높은 보험사는 AIG손보로 89.8%로 집계됐다. 그 밖에 △에이스보험 30.56% △삼성화재 30.44% △농협손보 30.26% △DB손보 29.96% △MG손보 22.43% △메리츠화재 21.35% △한화손보 21.32% △롯데손보 15.54% △흥국화재 15.37% △AXA손보 14.18% △KB손보 11.24%가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

지난해 의료자문 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KB손보였다. KB손보는 지난해 1151건에 대해 의료자문 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비율로는 약 15.85%에 달한다. DB손보 871건(11.33%), 현대해상이 824건(9.15%), 메리츠화재 511건(7%), 한화손보 437건(12.58%), 삼성화재 362건(2.2%) 순이었다.

KB손보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들은 백내장 보험사기 이슈와 관련해 재작년 말부터 빠르게 대응했는데 자사는 지난해 초 문제를 인지, 한발 늦게 대응해 나타난 시점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의료자문 건수가 지난해 크게 증가한 데에는 백내장 수술이 급증해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8만9919건이던 백내장 수술 건수는 지난 2021년 78만1220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서 40만~50만원 정도 부담하는 단초점 렌즈 삽입술이 아닌 한쪽 눈 당 500만원 선인 다초점 렌즈 삽입술이 지난해 급증하며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백내장 수술이 필요하다는 검사 결과 등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지난해 4월부터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청구 기준을 강화했다. 보험사들도 백내장 수술보험금 청구 건에 대한 의료자문을 강화했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 문턱을 높이면서 분쟁이 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소비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접수된 실손보험금 미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 452건 중 151건(33%)이 백내장 수술 관련이었다. 이 중 82.7%(140건)이 지난해 접수됐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유로는 ‘경증의 백내장이어서 수술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67.6%)가 가장 많았다. 분쟁금액이 확인된 137건의 소비자가 받지 못한 실손보험금 평균 금액은 961만원이었다.

금융감독원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를 최근 분쟁이 빈번한 수술로 짚고 “실손보험 이해관계자 간 정보 비대칭 상황을 해소해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고자 한다”며 보험연수원과 협업해 실손보험 관련 분쟁 예방을 위한 모집종사자 대상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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