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사망에 ‘우울증 커뮤니티’ 도마… 제재 어려운 이유는 

10대 사망에 ‘우울증 커뮤니티’ 도마… 제재 어려운 이유는 

우울증 갤러리, 해외에 서버 있어 정보 차단 한계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 전담조직 확충 시급
“일반 시민들도 위해정보 발견 시 신고해달라”

기사승인 2023-04-19 06:05:02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 강남에서 10대 학생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깊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에 중심에 섰다.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실질적인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다. 자살유발정보를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전담조직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옥상에서 10대 학생인 A씨가 숨졌다. A씨는 SNS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뒤 전 과정을 방송으로 송출했고, 이를 보던 시청자들은 경찰과 소방에 관련 사실을 알렸으나 끝내 막지 못했다.

사고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배경에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 갤러리에서 알게 된 한 남성과 극단적 선택을 모의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암암리에 자살유발정보를 유포할 수 있는 ‘우울증 갤러리’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폐쇄나 법적 조치는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자살예방정책 및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관계자는 “해당 커뮤니티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 통제가 어렵다”며 “협조 공문이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권고안을 보내더라도 자살유발정보를 차단하는 것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재단에서 자살유발정보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이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선 모니터링 전담조직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모니터링 전담조직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조직은 인터넷에 자살동반자를 모집하거나 구체적 자살방법을 알려주는 글 등 자살유발정보에 대해 24시간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나아가 신고·긴급 구조·수사 의뢰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재단 관계자는 “현재 실시하고 있는 모니터링은 사실상 대학생 자원봉사로 이뤄졌기 때문에 자살유발정보를 체계적으로 거르기엔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전담조직을 통해 24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법적 조치와 정보 차단에 대한 경찰의 협조 요청 등이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죽음 공포가 크고 그 방법이 고통스럽기 때문에 행동까지 하긴 쉽지 않다. 그런데 이를 부추기는 반응이 있으면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온라인 커뮤니티 제재는 자살예방 측면에서 중요한 정책”이라며 “재단에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발견 시 신고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울증 갤러리 같은 익명 공간에서의 활동이 자살 고위험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선 익명 공간이 아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익명 공간에선 긍정적 피드백도 있지만, 부정적 반응도 존재한다.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우울증 경험을 나눴을 때 심적으로 자극을 받고 오히려 더 상처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털어놓거나 1393 전화 상담 등이 부담된다면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꼭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도 “청소년 등 젊은 세대가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익명 공간에서 위로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혼자 앓지 말고 1393 전화 상담이나 병원, 자살예방센터, 학교 상담실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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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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