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고양 캐롯’이었습니다 [KBL]

지금까지 ‘고양 캐롯’이었습니다 [KBL]

기사승인 2023-04-19 21:55:02
시즌이 끝나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고양 캐롯 선수단.   한국농구연맹(KBL)

캐롯 선수단의 감동 드라마가 마무리됐다.

고양 캐롯은 1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안양 KGC와 4차전에서 61대 89로 패배했다. 캐롯은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시즌은 끝났지만 캐롯 선수단이 써내려간 스토리는 ‘투혼’이 담겨 있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법인 데이원스포츠는 지난해 여름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창단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를 대표이사로 내세웠고,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처럼 캐롯손해보험과 4년간 네이밍 스폰서도 유치했다.

지난해 8월 고양 캐롯의 창단식에서 발표된 마스코트 대길이.   사진=임형택 기자

그러나 창단 직후부터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모기업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KBL 구단들과 달리 독립법인 형태인 데이원스포츠가 장기간 팀을 운영할 수 있을까’란 우려가 뒤따랐다.

많은 이들의 걱정대로 데이원스포츠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6월 KBL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 과정에서 자금 및 운영 계획 등의 자료가 부실해 승인이 한 차례 보류됐다. 2022~2023시즌 개막 전에는 KBL 가입급 15억원 중 우선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5억원을 마감일까지 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개막 직전 “리그에 불참시킬 수 있다”는 KBL의 최후통첩이 떨어지고 나서야 1차 가입금을 납입하면서 시즌에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시즌 중에는 선수단과 사무국에 임금 체불 사태를 몇차례 빚었다. 선수들 이외에도 이벤트 대행사, 청소 업체 등에도 제 때 금액을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 측에 구단 인수 대금도 아직 완납하지 못하기도 했다.

모기업의 지원도 사실상 없었다. 데이원스포츠의 모기업인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임직원 임금 체불, 하도급금 지연 등 자금난에 빠져 지난 2월 법원이 기업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내릴 정도로 경영이 악화했다.

몸을 날리며 공을 사수하는 고양 캐롯의 이정현.   한국농구연맹(KBL)

하지만 선수단은 열약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팬들을 위해 코트에서 최선을 다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김승기 감독의 지도하에 선수들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자유계약(FA)으로 캐롯에 합류한 전성현은 이명 부상이 있기 전까지 MVP 경쟁을 펼칠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2년차 가드 이정현은 정규리그에서 평균 15점을 기록하며 캐롯의 핵심 선수로 발돋움했다.

3월 말까지 KBL 가입금 2차분 10억원을 내지 못하면 정규리그 5위를 하고도 6강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던 캐롯은 가까스로 10억원을 내고, ‘봄 농구’ 무대에 합류했다.

캐롯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강 티켓을 끊었다. 이명 증세로 2차전까지 나서지 못하던 전성현이 4차전부터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시 1승 2패로 끌려가던 캐롯은 4차전과 5차전을 승리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정규리그 1위 KGC의 벽은 끝내 넘지 못했다. 이미 6강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쳐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1차전에서는 56점차 대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2차전에서는 투혼을 발휘해 1승을 따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시즌을 마친 뒤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고생했다. 기대 이상의 성장을 해줬기에 더이상 남은 후회는 없다”라면서 “안양에서의 7년도 행복했지만 이곳 고양에서의 1년도 그때 만큼의 행복을 누렸다”고 전했다.

이제 캐롯 구단은 농구계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정규리그 도중 구단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양=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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