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일본 등 해외 식품기업들이 국내 인기 제품을 베끼는 사례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상표권 침해 등을 이유로 다양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지만 100% 표절로 보기에 어려움이 있어 현지에 자사 제품에 대한 마케팅 강화 정도의 대응에 그친다고 한다. 다만 일각에선 그간 국내 식품기업들조차 비일비재하게 해외제품을, 또는 국내 기업들 제품들을 서로 베껴왔던 터라 지식재산권을 강하게 주장할 명분이 없을 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라면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닛신식품은 최근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베껴 출시했다. 제품을 살펴보면 삼양식품과 같은 분홍색상을 이용했고, 심지어 한글로 ‘볶음면’이라고도 표기했다. 닛신식품은 출시 자료를 통해 “고추장의 풍미와 치즈의 부드러움에 중독되다. 한국에서 화제인 매콤달콤 까르보맛”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삼양식품은 현지 시장 공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치는 방식으로 대응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일본에서 ‘불닭볶음면’에 대한 한글과 일본어 상표권을 갖고 있지만 닛신과는 제품명이 달라 상표권만으로 법적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식품재의 상표권은 상표 도안이나 그림을 침해해야 인정이 된다”면서 “단순히 포장재에 사용되는 패턴 등은 그 종류가 한정돼 있는 만큼 단순 비슷하거나 같다고 해서 침해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이같이 해외 미투제품에 미온적인 태도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단순히 법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간 국내 식품기업들 역시 일본 제품 카피 의혹이 많이 있어왔다. 국내 기업 제품 표절로 대응하기에 ‘아전인수’격이라는 것.
대표적인 사례로 오리온이 1976년에 출시한 ‘오징어땅콩’이다. 당시 제품이 성공하자 해태제과, 롯데제과, 청우식품 등도 오리온을 따라 미투제품을 출시했었다. 하지만 오리온 역시 9년 전 1967년 일본 가스가이제과에서 출시한 ‘이카피나’ 제품을 베꼈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카피아에서 '이카'는 오징어고, '피나'는 피낫츠(땅콩)로 오징어땅콩과 이름조차 똑같다.
또 지난 2017년 출시한 꼬북칩도 카피 의혹이 있다. 꼬북칩은 보다 8년 앞선 2009년 일본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사쿠사쿠콘'와 비슷했다. 특히 과자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겹층 구조가 같았다. 당시 오리온은 “8년 전부터 기술 개발을 하고 2000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 출시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출시된 빙그레의 ‘슈퍼콘’도 마찬가지다. 당시 빙그레는 4년 동안 1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며 주장했지만 일본 글리코에서 1963년부터 판매 중인 자이언트콘과 내용물의 모양부터 맛, 포장 디자인까지 모두 비슷했다.
이는 비단 해외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기업들끼리도 서로 제품을 베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분쟁은 소비자들이 비슷하다고 지적하는 수준에 그치기도 하고 기업 간 법정 공방으로 번지기도 했다. 업계의 자정노력이 우선돼야 향후 국가적으로 법적 분쟁에 무리가 없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 기업들조차 과거에 일본 제품을 수없이 많이 카피했다. 새우깡, 빼빼로, 고래밥 등 꽤나 많은 제품들과 비슷한 제품들이 일본에서 먼저 출시됐다”며 “당시 일본의 어떤 기업은 국내 기업에 상표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현재 삼양식품 사례와 마찬가지로 상표권 침해로 볼 수 없어서 패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크라운제과는 지난 2014년 일본 모리나가사로부터 크라운의 '마이쮸' 상표가 모리나가 '하이츄' 상표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상표권 침해 중지 소송을 제기 당했었다. 반년 넘게 걸린 소송은 결과적으로 크라운제과 측의 승소로 끝났다.
특허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내 식품업계가 모방 경제이다 보니까 일본 기업 제품을 많이 차용해왔지만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가 성장시기였기도 해서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세계 식품시장이 연결되기도 했고 우리나라 식품업계도 크게 성장했으니까 서로 간에 특정 제품을 모방했을 경우 문제를 삼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어떤 특정 문자의 경우 상표권으로 등록해놓으면 타기업에서 이를 사용했을 경우 상표권 침해 행위로 볼 수 있지만 그 외 문구나 사진 등은 상표로 보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는 해외도 마찬가지”라면서 “현재로썬 기업들이 자정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