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백상예술대상, 다섯 개의 순간들

제59회 백상예술대상, 다섯 개의 순간들

기사승인 2023-04-29 07:00:02
제59회 백상예술대상이 28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렸다. TV 부문에선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JTBC ‘재벌집 막내아들’ 등 글로벌 히트작이 경쟁했다. 영화 부문에서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개봉 후 21일간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던 ‘올빼미’(감독 안태진)가 활약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의 주목할 만한 순간을 쿠키뉴스가 정리했다.

배우 박은빈. JTBC 캡처

박은빈이 대상을 손에 넣다

‘더 글로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재벌집 막내아들’의 삼파전이 예상됐던 TV 부문 대상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 역의 배우 박은빈이 차지했다. 작품이 아닌 배우가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을 받는 건 이번이 11번째다. 대상 수상자로 자신이 불리자 눈물을 보인 박은빈은 “세상이 달라지는 데 한몫을 하겠다는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적어도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각자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하길 바라며 연기했다”며 “영우를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조금이나마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알게 되는 경험이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배우 임지연(왼쪽), 송혜교. JTBC 캡처

‘더 글로리’ 대사를 주고받다

“멋지다, 연진아.”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주동자 박연진을 연기한 배우 임지연은 조연상을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극 중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이 했던 대사를 패러디한 소감이다. 송혜교도 지지 않았다. 그는 최우수 연기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 “나 상 받았어,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라고 말해 박수받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각각 파트 1, 2가 공개된 ‘더 글로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기였다. 두 파트 모두 공개 일주일 만에 1억 시간 넘게 재생됐을 정도다. 이에 힘입어 ‘더 글로리’는 TV 부문 작품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제작사 화앤담픽쳐스 윤하림 대표는 “‘더 글로리’를 통해 선한 영향력의 무게를 느꼈다”며 “무게 잊지 않고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왼쪽부터) 코미디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 JTBC 캡처

유튜버가 활약하다

TV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보는 시대. 백상예술대상은 올해 처음으로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예능상 후보 선정 영역을 넓혔다. 트로피도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예능 작품상으로 선정된 프로그램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 코미디언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등이 운영하는 이 채널은 ‘피식쇼’를 비롯해 ‘05학번이즈백’ ‘05학번이즈히어’ ‘데일리코리안’ 등 여러 콘텐츠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남자 예능상도 유튜브 채널 ‘짐종국’을 운영하는 가수 김종국이 가져갔다. 구독자 286만명을 보유한 그는 “즐거움을 드리기 위한 노력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주고 웃어주시는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현지 PD. JTBC 캡처

지역방송국이 처음으로 상을 받다

TV 부문 교양작품상은 MBC경남이 제작한 ‘어른 김장하’에 수여됐다. ‘어른 김장하’는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100억원 넘게 기부한 김장하 선생을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 지난 연말과 올해 연초 방송된 후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설 연휴 전국으로 송출됐다. 지역 지상파가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타는 것은 ‘어른 김장하’가 최초다. 김주완 기자와 함께 100여명을 취재하며 프로그램을 완성한 김현지 PD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처음 상을 받는 지역 지상파가 MBC경남인 것이 자랑스럽다”면서 “김장하 선생님은 은퇴하셨으니 100분의 1, 1만분의 1 김장하가 돼 그 자리를 메꾸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배우 하지성. JTBC 캡처

휠체어 높이의 마이크가 마련되지 않다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은 배우 하지성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무대로 올라갔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그는 지난해 11월 공연된 연극 ‘틴에이지 딕’에서 학생회장이 되려는 야심가 리처드를 연기했다. 그런데 시상식에선 휠체어 높이에 맞춘 스탠딩 마이크가 마련되지 않아 하지성은 손으로 마이크를 쥔 채 소감을 말해야 했다. “마이크를 더 내려야 하는데 아쉽다”고 입을 연 그는 “비장애인 학생들 사이에서 제가 학생회장이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내겐 이 상이 무겁다. 나는 연기를 잘하는 게 뭔지도 모른다. 그래도 무대에선 잘하려 하고, 잘하고 싶고, 캐릭터로 존재하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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