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뭐길래… 의사·간호조무사 ‘총파업’ 선언 이유

간호법 뭐길래… 의사·간호조무사 ‘총파업’ 선언 이유

지역사회 문구·간호조무사 학력제한 ‘쟁점’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촉각’… 의료연대 “17일 총파업” 경고

기사승인 2023-05-03 06:05:01
대한간호협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오는 17일 의사들이 흰 가운을 벗고 거리로 나올 전망이다.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요양보호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도 함께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는 9일과 16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에 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지 않고 통과될 경우 펼쳐질 풍경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간호법 제정을 두고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든 이유가 무엇인지 핵심 쟁점에 대해 알아봤다. 

‘지역사회’ 문구, 단독개원 단초 될까

간호법 제정안은 현행 의료법 내에 존재했던 간호 관련 내용을 별도의 법안으로 분리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적정 노동시간 확보 등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된 부분은 간호법 제1조의 ‘지역사회’라는 표현이다. 1조에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의 안전을 도모해 국민의 건강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두고 의사들은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 의료행위,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김경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부대변인은 “‘간호돌봄센터’ 등은 단독 개원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의료·간호 행위가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바꿔 본인들이 돌봄사업의 핵심으로 나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노인 복지 측면에서 간호사들의 지역돌봄을 위한 제도는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에 ‘간호사만을 위한 단독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관계자는 “방문간호센터도 있고, 현행법상 노인복지시설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의무채용하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제도권 내에 이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는데, 지역사회 문구를 넣은 건 간호사들 밥그릇을 챙기겠단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간호법이 제정될 경우 노인시설에서 간호사를 채용하기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간호사 인권침해 금지 조항(제24조)엔 누구든지 인권침해행위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의료기관장에게 신고할 수 있고, 의료기관장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가령 간호사들이 휴게공간 마련을 요구했을 때 이행하지 않으면 시설 운영자는 위법행위로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반면 간호사들은 간호법으로는 단독개원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의료법에 따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는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지만, 간호사는 개설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해뒀다.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가정 방문 등 지역 돌봄을 위해선 ‘지역사회’ 문구가 꼭 필요하다고도 했다. 간협 관계자는 “지역사회에서 국민 건강 증진과 돌봄 업무는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지역사회 문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면서 “이미 간호사들은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이들의 업무는 90개가 넘는 법에서 다루고 있다. 흩어져 있는 간호법령을 통합·관리하기 위해선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법 제정안 통과에 관한 투쟁 로드맵을 발표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간호조무사 자격인정 조항 논란도… “학력 상한, 위법 소지”

간호조무사 자격시험 응시자격에 학력 상한을 둔 점도 쟁점이다. 간호법 제5조 간호조무사 자격인정에 관한 조항은 ‘특성화고 간호 관련 졸업자’와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을 규정한 의료법 제80조 제1항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간호조무사들은 이 같은 학력 제한은 폐지하지 않으면서 간호인력 처우 개선을 외치는 것은 모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들만을 위한 법이라는 지적이다. 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실장은 “자격 기준을 정할 때 학력 상한을 둔 직업은 간호조무사 밖에 없다”며 “이는 국민의 배울 권리를 막았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현재는 전문대를 진학해도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학기 중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전문대 등록금에 학원비까지 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자격에 대한 학력 상한제가 없어져야 양질의 인력양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간호사들은 간호조무사의 열악한 처우도 함께 개선하는 ‘상생법’이라고 주장했다. 간협 관계자는 “간호법이 간호조무사 자격을 고졸로 제한해 차별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고졸 취업을 확대 유도하는 정책 기조에 맞고 직무 수준에 부합하는 인력 양성을 위해, 고졸 적합 업무인 간호조무사는 현행대로 직업계고 및 민간학원 등에서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교육부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간호법으로 인해 간호조무사들은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며 “방문간호 등 재가의료 서비스 확대는 간호사뿐 아니라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일자리도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기대했다.

尹 대통령 거부권 행사할까… 의료연대 “17일 총파업” 압박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은 오는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대통령은 간호법을 이송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13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17일 연대 총파업 등 수위 높은 투쟁을 불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선 오는 3일 각 시·도 동시다발 간호법·의사면허취소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해 연가 투쟁 형식의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오는 11일에도 연가 투쟁과 단축진료 등을 하며 2차 부분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집단행동에도 불구하고 간호법 재논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오는 17일 ‘400만 연대 총파업’ 등 수위가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반면 간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지지를 보냈던 만큼 약속을 지킬 것이라 기대하며 전국민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간협에 따르면 2일 기준 58만3085명이 간호법 제정을 찬성했다. 

간협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11일 대한간호협회에 방문해 ‘간호협회의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면서 “약속이니 지킬 것이라 믿는다. 거부권 행사 이후에 관한 파업 등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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