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생 10명 중 3명은 코로나19 시기에 불안·우울·스트레스 등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충동과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워하는 등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는 경우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3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코로나19 시기 학생의 심리정서 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초·중학생 29%(6750명)은 코로나19 시기 우울·불안·스트레스로 마음이 힘든 적이 있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6월 20일∼7월 22일 초등학생 9607명과 중학생 1만3856명, 초·중학교 교직원 2869명(총 2만633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마음이 힘들어도 혼자 참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마음이 힘든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57%, 3867명)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는 ‘어차피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2%(1245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움 요청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23%, 871명), ‘마음을 터놓고 편하게 이야기할 사람을 찾지 못해서’(19%, 744명)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심리적 문제에 대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학생들 절반 이상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거나 고민을 나눌 대상을 찾지 못한 셈이다.
우울·불안·스트레스를 경험한 학생들이 도움을 요청한 대상은 주로 가족이었다. 학생 10명 중 8명(80%, 2302명)은 부모, 조부모 등에게 도음을 요청했고, 그 다음으로는 친구(43%, 1249명)가 많았다.
교직원들 또한 학생들의 심리적 문제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심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교직원 설문에서는 △출결 문제 △짜증·불만 증가 △자존감 저하 등 18가지 심리·정서 문제를 제시하고 코로나19 시기에 이런 문제를 겪는 학생이 늘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응답한 교사는 95.1%에 달했다. ‘충동·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91.4%)과 ‘학습에 무기력한 학생들’(91.0%)이 늘고 있다는 응답도 90%를 넘겼다.
특히 ‘공동체 의식과 배려가 부족한 학생들’(88.1%),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85.3%), ‘공감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84.3%)이 늘었다는 응답률도 높았다. 코로나19 시기에 비대면 수업 등을 통해 친구 관계 단절을 경험하면서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풀이됐다.
각각의 문제를 가진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 느끼는 어려움의 정도(5점 척도)를 조사한 결과 ‘충동·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어려움(4.02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을 경우(최대 2개 복수응답) 교사들은 전문상담교사 등 학교 전문인력과 협력(56.2%)하거나 학부모와 상담(38.1%)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교사들은 학생을 이해하거나 돕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학부모의 비협조’(55.8%)를 꼽았다. 이는 ‘과중한 업무’(43.4%)나 ‘학생의 비자발성’(35.1%) 등의 답변을 앞질렀다.
연구진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학생들의 부정적인 심리가 두드러지게 발현되고 있으며 이런 문제가 단편적이기보다는 서로 연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학생의 심리·정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정과 부모의 협조가 필요하고, 학생의 사회적 관계망 중에서 또래 관계를 강화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교사들에게는 학생상담과 지원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와 교육청이 학부모 교육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