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아닌 ‘어른이’날" 커져가는 키덜트 시장

"어린이 아닌 ‘어른이’날" 커져가는 키덜트 시장

키덜트 시장 규모 최대 11조원 성장 예상
NFT 발행 등 단순 장난감 아닌 예술품 인식

기사승인 2023-05-05 06:00:10
사진=안세진 기자

장난감 시장은 어느 새부터 ‘어른이’들이 주름잡고 있다. 이들은 수십, 수백만원의 레고나 피규어를 과감히 구매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콘텐츠를 향유했던 세대가 성인이 되어서 개인의 정체성 및 취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봤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처 및 리셀 시장의 성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산업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키덜트 관련 시장 규모는 2014년 5000억원대, 2015년 7000억원대 등 매년 20%씩 성장했다. 2020년 1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앞으로 최대 11조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키덜트란 아이들을 뜻하는 ‘키즈’와 어른을 뜻하는 ‘어덜트’의 합성어다. 어린 시절 추억을 바탕으로 레고나 피규어 등 장난감을 소비하는 어른을 뜻한다. 

키덜트 시장은 펜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성장했다. 재택근무가 정착되거나 장기화되면서 취미나 오락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서다. 대표적인 키덜트 장난감은 레고다. 레고는 코로나 이후 성인을 위한 제품 출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레고의 20%는 성인이 구입한다.

리셀 시장도 뜨겁다. 중고나라나 리셀 플랫폼에 가보면 작게는 몇 십 만원부터 크게는 몇백만원까지 고가의 피규어를 거래하는 소비자들이 여럿이다. 

직장인 A씨(45)는 “20년째 레고를 수집하고 있다. 어렸을 때 최고 장난감은 블록 장난감이었다. 최근 레고사에서 과거 초창기 모델들을 리뉴얼해서 새로 내주고 있는데, 이를 보면 과거의 향수가 느껴져 묘한 기분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시 시점은 놓치면 리셀 시장에서 매물을 구해야 한다”며 “인기가 많고 한정판 제품일 경우 가격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피규어에 대한 인식은 단순 장난감에서 예술품으로까지 바뀌고 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이후 업계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한국 피규어 제조사인 JND스튜디오는 최근 NFT를 도입했다. NFT를 구매한 소비자에 한해서 특정 제품을 살 수 있거나 향후 출시 제품의 우선 예약권 혜택이 주어지는 것. 총 100개로 만들어진 NFT는 20초 품절 대란을 겪었다.

박정환 JND스튜디오 대표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때 유명 작가의 디지털 그림이 NFT로 팔리면서 신개념 서비스가 될 것 같았던 NFT는 다소 시들해졌다. 그 이유는 재미를 넘어 소장가치를 지닌 무언가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JND의 NFT는 소장가치로서의 재미와 의미에 실물가치와의 연동 혜택까지 지녔다. 단순 교환권의 의미보다 더 큰 가치를 경험하고 하나의 투자가치 있는 자산으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키덜트 시장이 성장 이유로 △콘텐츠 향유 세대의 증가 △1인가구의 증가로 개인의 정체성 및 취향 반영 욕구 △온라인 판매처 및 리셀 시장의 성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기수 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키덜트 문화의 주축이 되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관련 콘텐츠들을 직접적으로 향유했던 사람들”이라며 “성인이 된 이후 단순히 피규어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구매여력을 바탕으로 직접 수집을 하고 그 수집 과정의 즐거움까지 누리게 되면서 시장이 커졌다. 피규어는 현재와 과거를 잇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고 말했다.

장난감을 구하고 팔 수 있는 판매 창구의 증가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박 교수는 “예전에는 일본 등을 해외를 나가서 구매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쉽게 구매가 가능해졌다”며 “여기에 최근에는 리셀 시장도 등장했다. 단순히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판매, 재구매가 가능해진 만큼 하나의 재테크로써도 기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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