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를 위한 만찬을 주최했습니다. 이번 양국 정상 만찬 메뉴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음식의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7일 서울 한남동 관저 주거동에서 이뤄진 만찬은 정원 산책을 포함해 약 2시간 정도 진행됐습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만찬에서 두 정상은 한일 양국 문화와 스포츠 등 관심사를 공유하고 환담을 했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습니다.
만찬상에는 구절판, 탕평채, 한우 갈비, 민어전 등 한식이 주된 일반적인 메뉴가 등장했는데요. 또 이번 만찬에서 만찬용 술로는 ‘사케 애호가’라고 알려진 기시다 총리를 위해 경주 법주도 제공됐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화합’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습니다. 대중은 해당 키워드가 왜 등장한 것인지 궁금증을 품었는데요.
만찬 메뉴 중 ‘구절판’은 아홉으로 나뉜 목기에 아홉 가지 재료를 담았다고 해 그릇 이름 그대로 ‘구절판’이라고 부릅니다. 가운데에는 밀전병이, 나머지 8개의 칸에는 채소와 고기류 등 8가지 음식이 담깁니다.
보통 궁실 등에서 유두절(음력 6월 15일·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 명절)의 시절식으로 이용됐는데요. 여러 명이 모여 구절판을 만들어 먹으면서 우의를 두껍게 하는 음식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그래서 ‘화합’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탕평채도 주목받았습니다. 조선 시대 당시 영조는 노론과 소론 등으로 나뉜 붕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가 각 붕당의 인사를 골고루 등용하겠다는 ‘탕평책’을 착안했습니다. 이때 탕평책을 상징하는 궁중요리로써 탕평채를 만들었습니다.
영조는 녹두로 만든 청포묵과 소고기, 미나리 등 갖가지 재료들이 한 대 섞인 탕평채로 당파 대립을 최소화하는 것을 기도했다고 해요. 청포묵, 소고기, 미나리 등은 각 붕당을 상징하는 사방신의 색과 일치한다고도 합니다.
이처럼 공식 행사가 진행될 때 음식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하는데요. 과거에도 음식으로 원하는 메시지를 전한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2018년 만찬 때는 평양 옥류관 냉면, 메기찜 등이 올랐는데요. 평양냉면은 북한 대표 음식입니다.
이와 함께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김해 봉하마을에서 지은 밥과, 쑥으로 만든 된장국을 가자미식해(함경도 향토 음식)와 함께 제공해 남북이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아냈습니다. 메기찜은 우리 민족의 기억과 내일을 염원하는 소망을 담은 음식이라고 합니다.
문 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4월 양대 노총 등 노동계 인사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열었던 만찬 자리에서도 메시지가 두드러졌습니다. 가을 ‘전어’를 상에 올린 건데요.
가을 전어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이 나올 만큼 맛이 좋습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 대화의 장소에서 만나자는 소망을 담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음식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정치권에서의 오·만찬 이야기가 나올 때 메뉴를 유심히 지켜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추측해본다면 조금 더 정치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