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시장의 관측이 나오면서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최대 6%대를 기록했던 주담대가 현재 4% 초반에서 3% 후반대까지 하락하고 있는데,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안심전환대출’이나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지원 주담대 금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는 것. 여기에 ‘대환대출 플랫폼’이 이번달 출범하는 만큼 자금들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머니무브’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3년물의 평가사 평균 금리는 3.726%로 전일대비 47bp 내렸다. 이달 3일 3.830%을 기록한 후 이틀 연속 하락세다.
은행채 1년물 역시 2일 3.642%, 3일 3.621%, 4일 3.600%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오름세를 보였던 은행채 금리가 다시 하락 조짐을 나타내는 것이다.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들은 시중금리에 따라 조달비용이 달라지는 만큼 은행채 금리가 내리면 대출금리 역시 내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은행채에 연동되는 주담대 상품들의 금리는 크게 낮아졌다. 같은기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0~5.90%를 기록했다. 상단이 4%대를 넘어 3%대에 진입한 것이다.
이처럼 6%대까지 올라갔던 주담대 금리는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2%에서 3%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각각 3.44%, 3.74%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사의 주담대 금리는 정책금융 상품들의 금리와 거의 비슷해진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현재 판매가 끝난 안심전환대출의 위치가 애매해졌다. 안심전환대출은 최저 3.7% 고정금리로 기존 주담대를 갈아탈 수 있도록 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상품이다. 조건이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1월 접수 마감 결과 신청 금액이 목표치 25조원 중 37.9%에 해당하는 9조4787억원에 그친 바 있는데, 대출이 끝난 1년이 채 되지 않아 해지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지원 주담대 상품들은 안정성을 추구하는 고정금리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고정금리 상품들은 특별히 금리가 낮지 않은 이상 비슷한 변동금리 상품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장금리가 점차 낮아지면서 주담대 금리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이 추이대로라면 안심전환대출 차주들도 일반 주담대 상품으로 갈아타는게 이상할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심전환대출의 발전형인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이탈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점쳐진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취급하는 주택금융공사가 시장금리를 반영해 매월마다 재산정하기 때문이다. 다만 5월 금리는 우대형 연 4.05(10년)~4.35%(50년), 일반형 연 4.15(10년)~4.45%(50년)이며, 저소득 청년 및 신혼가구, 사회적 배려층은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저 연 3.25(10년)~3.55%(50년)으로 시장금리보다 조금 높은 상태다. 현재 주금공은 출시 이후 약 3개월간 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달 출시를 앞두고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주담대 전환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점쳐진다. 금융위가 주관하는 대환대출플랫폼에는 19개 은행 전체와 저축은행 18개, 카드 7개, 캐피탈 9개 등 53개 금융회사가 참여하며 대출비교 플랫폼은 총 23개가 운영될 예정이다. 출시 초기에는 신용대출만 대환이 가능하지만 연내 주담대까지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담대 상품을 비교하고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우선 구축하는 등, 소비자 편의를 최대한 개선할 수 있는 추진방안을 마련하겠다”라며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이와 유사하게 전세대출 등을 포함하자는 얘기도 있었던 만큼 열린 자세로 접근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