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자,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현지 법원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보석을 청구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권 대표와 측근 한창준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변호인은 각각 40만 유로(43만7000달러, 한화 5억8000만원)의 보석금을 제시했다.
법정에 선 권 대표는 위조 여권 혐의에 대해선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스타리카 여권을 적법하게 취득했다”고 말했다. 인터폴과 몬테네그로는 이들이 가진 벨기에와 코스타리카 여권이 위조됐다고 보고 있다.
권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보석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숨지 않고 법원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불구속 상태로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날 재산 규모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한국의 아파트 1채를 제외한 다른 재산에 대해서는 언론 앞에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베치치 판사는 권 대표가 재산 규모를 정확하게 밝혀야 보석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재산 규모를 계속 숨길 경우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내와 공동소유하고 있는 한국에 있는 아파트가 300만달러(약 40억원)정도 된다”며 “재산 대부분이 유동자산이라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 회사에 대한 지분도 이 회사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라서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하리스 샤보티치 검사는 이들의 보석 청구에 대해 “두 사람의 재력에 비해 보석금 규모가 턱없이 적다. 보석을 허용할 경우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법원은 아직 보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대표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6월 16일에 열린다.
권 대표는 최소 40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증발시킨 가상화폐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미국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한국 검찰도 같은 혐의로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지난 3월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이 적발돼 체포됐다. 몬테네그로 검찰은 권 대표 등을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한국과 미국은 몬테네그로에 권 대표에 대한 송환을 요청했다. 하지만 몬테네그로 측은 현지 형사 절차가 완료된 이후 권 대표의 인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