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없는 민주당, 5·18 직전 초라한 한국정치 단면

‘민주주의’ 없는 민주당, 5·18 직전 초라한 한국정치 단면

‘민주’ 최고 가치 두면서도 현실에선 ‘반민주’ 행태
치열한 토론 실종된 채 반목·편 가르기만
맹목 팬덤 앞세워 비명계 찍어내기도
이상민 “5·18 민주 가치 되새기는 계기 되길”

기사승인 2023-05-16 06:00:05
15일 국회의사당 앞에 내걸린 더불어민주당의 현수막.   사진=황인성 기자

‘다시 민주주의’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사흘 앞둔 15일 국회의사당 앞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현수막의 내용이다. 

군부 독재 정권의 무도한 폭압에 맞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주화 달성에 크게 이바지한 민주당이기에 그 어떤 가치보다 ‘민주적 기치’를 중시하고 자부심 또한 가지고 있다. 여러 번의 당명 개정에서도 당의 정체성을 담은 ‘민주’라는 단어는 빼지 않았던 것은 그러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의 민주당이 민주적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실천하느냐 묻는다면 확언하기는 어렵다. 당내 민주주의는 물론 다른 당과의 현실 정치에서도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은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사이 민주당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을 한낱 유행어로 치부하기에는 현재 민주당이 처한 현실은 엄중하다. 

지난 2021년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지난해 대선·지선 참패한 민주당은 최근 큰 부침과 위기를 겪고 있다. 윤석열 정권 출범 후 검찰의 갖은 공세로 당 대표 사법리스크 상황을 마주했으며, 얼마 전에는 당의 존폐가 걸릴 만큼의 ‘전당대회 돈붕투 의혹’과 ‘김남국 60억 코인 논란’까지 터지면서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여당의 연이은 헛발질이 만만치 않은 까닭에 정당 지지율은 그나마 현상 유지 중이나 과거 국민의 신뢰를 받던 민주당의 모습과 비교한다면 실망스럽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민주주의 근간인 ‘대화와 토론’이 사라졌다. 과거 치열한 논쟁을 통해 당론을 정하고, 정해진 당론에는 이견 없이 따르는 게 민주당의 덕목이었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 같은 모습은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 취임 후 크게 두드러진다. 과거 의원총회가 열리면 170여 명의 전체 의원 중 10명 이상이 나서서 각자의 소신 발언하던 것이 이 대표 취임 후에는 크게 줄었다는 전언은 이미 여의도 국회에 퍼진 기정사실이다.

대신 반목과 편 가르기는 일상이 됐다.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을 일명 ‘수박’으로 부르면서 당내 이견이나 합리적 비판조차 허용하려 하지 않는 모습은 기본이고, 당내서 이 대표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낙인찍어 내년 총선(이나 당내 경선)에서 떨어뜨린다고 협박하는 극성 팬덤 지지자들의 모습까지도 나온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더불어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당내 불안 요소를 해소하고, 갈등을 무마하려는 당 차원의 자정작용이 필요하지만, 당대표는 물론이고 중진 의원들마저 극성 팬덤 지지자들의 눈치 보느라 입을 닫았다. 결국 정치의 동력이 돼야 할 ‘정치인 팬덤’은 민주주의 방해요소가 되어 버렸다.

국민의힘과의 관계에서도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170여 석에 이르는 압도적 의석수를 지녔지만, 국민적 시선에서는 뚜렷하게 성과 낸 게 없다. 오히려 거대 의석을 앞세운 입법 독주 프레임에 갇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 거대 의석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견제론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정권 교체 후에는 의석수를 앞세운 법안 통과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반목하는 악순환만을 거듭하고 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오랜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인데 최근에는 진영 논리와 맹목적 복종을 강요하는 행태로 인해 일그러진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유로운 토론이나 논쟁을 통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는 것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모습이 그것으로 상당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는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하나의 큰 축인 만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이하면서 그 가치를 다시금 새기고 후퇴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다시 바로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일부 운동권 출신 의원이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고, 불공정한 구태정치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이 과연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진정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본인들부터 되돌아보는 5·18이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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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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