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공화당)의 부채한도 협상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매업체 홈디포가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약세를 보였다.
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6.46p(1.01%) 떨어진 3만3012.1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6.38p(0.64%) 하락한 4109.90, 나스닥지수는 22.16p(0.18%) 내린 1만2343.05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4월 소매판매와 기업 실적, 부채한도 협상 등을 주시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4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월 0.4% 상승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이후 처음 소매 판매가 증가했지만, 전문가 전망치(0.8% 증가)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상황을 간접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소매업체 홈디포의 실적도 부진했다. 홈디포의 지난 1분기 주당 이익은 3.82달러 수준으로 예상치인 3.8달러보다 높았지만, 매출은 372억6000만달러로 예상치(382억8000만달러)를 밑돌았다. 홈디포 주가는 2.15% 하락했다. 다음날 실적 공개를 앞둔 월마트(-1.38%) 타깃(-1.62%) 등 다른 소매주도 약세를 보였다.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도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위 ‘X데이’인 6월1일에 미국이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도 “디폴트는 우리 금융시스템 기반을 깨뜨릴 수 있다”며 “전세계에 공황을 일으켜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자산시장 탈출, 헐값 매각 등을 촉발하는 국제금융시장이 붕괴를 생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목별로 보면 S&P500내 기술·통신 관련주만 상승하고 나머지 9개 업종은 하락했다.
바이오기업 호라이즌 테라퓨틱스 주가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이 회사의 인수를 진행 중인 미국 제약사 암젠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14.17% 폭락했다. 암젠 주가도 2.42% 내렸다.
캐피털 원 파이낸셜 주가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올 1분기 약 10억달러(1조원) 규모의 지분을 대거 신규 매입했다는 소식에 2.05% 상승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부채한도 협상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며 논의 진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켄 폴카리 파트너는 로이터에 “투자자들은 연준의 연착륙에 민감해지기 시작했고, 부채한도 협상 논의가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US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빌 메르즈는 CNBC에 “증시는 11월 중순 이후 S&P500지수 기준 3800~4200 범위에서 거래되며 갇혀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정책 전선에서 일어나는 일을 두고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