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안양 KGC가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주축 선수인 오세근과 문성곤을 모두 잡지 못했다. KGC 팬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 하다.
안양 KGC는 지난 7일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SK에 시리즈 전적 4승 3패를 거두며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동아시아슈퍼리그(EASL)까지 우승한 KGC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KGC는 우승의 기쁨을 누릴 시간도 없이 빠르게 다음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올 시즌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들이 유달리 많았던 탓이다. 주축이었던 오세근, 문성곤, 배병준에 함준후까지 총 4명이 시장에 나왔다.
KGC는 지난 15일 배병준과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2억원(연봉 1억8000만원, 옵션 2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핵심 선수들을 놓쳤다. 포워드 문성곤이 수원 KT로, 오세근이 서울 SK로 떠났다.
두 선수의 이적은 농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KGC 구단은 이제껏 FA 시장에서 모기업의 소극적인 지원으로 내부 선수들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16~2017시즌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 당시 MVP를 수상했던 이정현을 잃었다. 이후에도 이재도가 LG, 전성현이 고양 데이원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 이번 이적이 주는 임팩트는 상당히 크다.
오세근과 문성곤은 프로 데뷔 후 이제껏 KGC에서만 뛴 ‘원 클럽맨’이다.
오세근은 2011년에 KGC 입단 후 12년 가까이 뛰면서 안양 팬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다. KGC 입단 후 4차례 우승을 견인하며 KGC를 강팀으로 올린 장본인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평균 19.1점 10.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챔피언결정전 MVP에 올랐다.
문성곤 역시 KGC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 선수였다. 문성곤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GC에 지명됐다. 공격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4년 연속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을 정도로 수비력은 탑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양희종을 대신할 KGC의 새로운 리더로 평가받았다.
오세근과 문성곤 모두 대체할 선수가 없던지라 ‘KGC가 못해도 한 명과는 계약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농구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KGC는 두 선수와 협상 때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와 달리 전력 보강이 필요했던 SK와 KT는 두 선수에게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KT는 본가에서 휴식 중이던 문성곤과 계약하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갔다. SK는 계약 조건에서 일부 금액을 보장하는 등 오세근의 자존심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오세근은 SK와 계약을 맺은 뒤 자신의 SNS에 “KGC와 FA 협상을 하며 큰 실망과 허탈함을 느꼈다”고 적어 KGC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KGC 팬들이 받은 충격도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KGC의 팬이라고 밝힌 A씨는 “더 이상 KGC의 농구를 볼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매번 주축 선수들이 떠나고 있다. 아무리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킨다 해도 오세근과 문성곤을 대체할 선수는 없다”라면서 “계속 이런 상황이라면 다음은 변준형 차례인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 역시 “비시즌만 되면 좋은 기억이 없다. 다시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새롭게 주축으로 거듭나는 선수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떠날까봐 두렵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KGC는 오세근과 문성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SK에서 뛰었던 가드 최성원에게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4억원을 주는 조건으로 영입에 성공했다. 19일에는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FA 포워드 정효근과 계약 기간 3년, 첫해 보수 총액 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