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연속 동결, 시장에 괜찮을까 [알기쉬운 경제]

기준금리 3연속 동결, 시장에 괜찮을까 [알기쉬운 경제]

'알기쉬운 경제'는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기사승인 2023-05-23 06:00:2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오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합니다. 시장에서는 ‘압도적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금통위가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지난 2월과 4월에 이어 3회 연속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것이죠.

기준금리 동결 결정의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가장 큰 운영목적은 언제나 ‘물가안정’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섰습니다. 이번 수치는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과 일치하는 만큼 물가상승률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할 요인이 사라지게 된 셈이죠.

이처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흔하게 있는 일입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는 것은 국내 거시경제에 큰 변동요인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0월 1.25%였던 기준금리는 2020년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동결됐으며,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이던 2020년 5월 기준금리는 0.50%로 내려간 이후 2021년 7월까지 1년이 넘는 기간 유지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재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좀 다르게 해석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조정을 할 수 없다’입니다. 왜 이같은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한국의 경제적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일단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성이 짙습니다. 수출위주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적어야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어느정도 달러대비 원화의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자 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한국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1.75%p, ‘역대급’으로 벌어졌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원화 약세와 외국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다가, 외국인의 투자자금 유출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국내 경제가 더 이상의 금리인상을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수출 부진으로 1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상황 속 정부가 세수를 투입해 경기부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력마저 부족합니다. 그간 인플레이션을 잡고자 금리를 올려왔던 한은으로서도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생겨날 경제적 충격을 감안하면 ‘인상’ 카드는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입니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긴축 종료’라는 시그널을 줄 경우 그간 한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노력해왔던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국내에서 자금을 대거 뺄 경우 금융 시장에 충격이 더 커질 수도 있죠. 1300원선을 넘어선 환율도 변수로 꼽힙니다. 환율이 더 뛰게 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어렵게 진화시킨 물가 상승을 다시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해외 금투사 노무라홀딩스에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기대보다 빠른 금리 인하는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평가절하가 가장 심한 원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은의 성급한 기준금리 인하가 원화 가치를 더 떨어뜨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원·달러 환율을 크게 뒤흔들 수 있음을 경고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안타깝게도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동안 한은의 긴축정책에도 대출금리가 낮아지면서 통화정책의 효과가 반감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과도하다면서 높은 기준금리 유지의 뜻을 여러 번 밝혔음에도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기대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반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금리에 대한 영향은 오는 6월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이 더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한국의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으로선 큰 선택지가 없는 ‘답답한 상황’인 것이죠. 이번 금통위부터는 지난달 공식 취임한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금통위원으로 합류하게 됩니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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