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고 연대하며 생존하는 여자들, ‘사이렌’ [들어봤더니]

싸우고 연대하며 생존하는 여자들, ‘사이렌’ [들어봤더니]

기사승인 2023-05-24 13:00:08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출연진과 이은경 PD(가운데). 넷플릭스

공습경보가 울리면 아름답던 여자들이 위험해진다. 이달 말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이렌: 불의 섬’(이하 사이렌) 이야기다. 스턴트·군인·소방·경찰·운동·경호 등 6개 직업군 소속 여성 24명은 3만 평 규모 외딴 섬에서 생존을 위해 결투를 벌인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혼돈 속에서 우정이 피어나고 신념은 강해진다.

“‘여자치고 잘한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다”

‘사이렌’을 기획·연출한 이은경 PD는 24일 서울 마포동 한 호텔에서 열린 이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여자치고 잘한다’는 말은 절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사전’,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을 거친 이 PD는 “두 프로그램에서처럼 자기 분야에 진심이고 직업적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모으고 싶다”는 바람으로 ‘사이렌’을 기획했다. 그는 “출연진 모두 여성 소방관, 여성 경찰, 여성 군인으로서 나온 것이 아니라, 소방관, 경찰, 군인을 대표해 출연했다”며 “다만 기존 서바이벌이 남성 위주로 진행됐기에 (여성으로만 이뤄진) ‘사이렌’에선 본 적 없는 인물을 접할 수 있어 새로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이렌’ 촬영 현장. 넷플릭스

“편견 많은 직업, 코피 터지게 보여주면 달라지겠지”

여성 최초로 소방기술경연대회 최강소방관 선발 분야에 출전했던 김현아 소방장은 이날 “(소방은) 편견이란 편견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 전까진 능력을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이렌’에서 코피 터지도록 (신체 능력을) 보여주면 이런 시선도 달라질 거라 생각하며 프로그램에 임했다”고 말했다. 여성이란 이유로 미심쩍은 눈초리를 견뎌야 하는 게 어디 김 소방장뿐이랴. ‘사이렌’은 능력과 사명감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해온 여성 직업인들에게 특히 절실한 기회다. 이 PD는 “출연자 모두 ‘사이렌’에 진심을 다해주셨다. 시청자들 가운데 이분들을 역할 모델 삼아 ‘나도 저 직업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24시간 경계태세로 7박8일…꿈에서도 경보음 들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각 직업군 리더 6명은 “촬영 내내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이 벌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미션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부터가 그랬다. 운동선수팀을 이끈 카바디 국가대표 김희정은 “아무런 전조 없이 사이렌이 울려서 소리가 잘 들리는 야외에서 밥을 먹곤 했다”고 돌아봤다. “공무원이라 이미지가 중요한데 사이렌이 울리면 나도 모르게 욕을 했다”(소방팀 김현아), “용변을 보다가도 뛰쳐 나왔다”(스턴트팀 김경애), “옷 입는 시간도 아까워서 전투화를 신은 채 잤다”(군인팀 김봄은) 등 다른 팀 사정도 하나같이 ‘웃프다’. 여성 최초로 청와대 경호원으로 일했던 배우 이수련은 “24시간 경계태세로 7박8일을 보냈다”며 “촬영 후 한동안 꿈에서도 사이렌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PD는 “(촬영 당시) 예상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지만 100% 만족한다”면서 “tvN ‘뿅뿅 지구오락실2’, ‘댄스가수유랑단’과 함께 진한 여성 서사가 담긴 ‘사이렌’도 많이 시청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이렌’은 총 10부작으로 이달 30일과 다음 달 6일 각 5편씩 2주에 걸쳐 공개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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