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청년은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로만 청년⑥] 

그때 청년은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로만 청년⑥] 

野 당 주류 운동권 “실력으로 넘어라” 청년 세대 등장 불편감
‘형님’ 단어 사용 등 운동권 문화 강요 분위기도 
이동학 “기성정치권 만든 룰에 도전하라니 ‘어불성설’”

기사승인 2023-06-11 06:05:02
그래픽=안소현 기자

고루한 기성정치를 깨는 새로운 정치 세대의 등장이 절실하다. 하지만 기성정치 주류 세대의 몽니에 청년 세대가 설 자리가 부족하다.

청년 정치인들이 대거 등용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주면 좋겠지만 ‘실력으로 선배들을 넘어야지 특혜를 바라느냐’는 식의 방어 논리로 기득권을 주장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게 감지된다.

1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청년 세대의 정치권 전면 등장을 기성정치인들은 불편해하거나 꺼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차원에서 ‘청년 정치’를 크게 주목하고 기대하면서도 청년들의 전폭적인 정계 진출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청년 세대 정치인들이 당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에 불편감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허용해오던 이들이 이제는 기성권이 돼 다른 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당 쇄신을 촉구한 양소영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에게 기성정치인들은 내부적으로 상당한 불만을 제기했다. 친명·비명이냐에 따라 다소 평가가 갈리긴 했지만, ‘어린 것들이 뭘 아느냐’면서 청년 정치인들을 무시하는 경향도 일부 있었다.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장에서 민주당 당원을 밝힌 한 시민이 양소영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과 박한울 대변인을 멈춰 세우고 왜 김남국 코인 논란을 비판했느냐며 성토하고 있다.   사진=황인성 기자

현재 민주당 내 주류 세력은 586 운동권이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학생운동에 나선 이들로 2000년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대거 정계에 진출했다. 지금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정계에 입성해야 하는 분위기지만, 당시는 경선 아닌 발탁 형식으로 등용됐다. 또 어느 세대보다도 젊은 나이에 정치인으로 활약했으며 최근까지 거의 20년 넘게 당내 다수 주류 세력으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다.

“형님” “누님” “동지” 

운동권이 주류인 영향으로 민주당 내에서는 흔히 통용되는 단어다. 공식 국회 일정에서는 잘 쓰는 모습을 찾기 보기 힘들지만, 의원들만 있는 자리에서는 자주 들린다. 친근감의 표시로 쓰이는 단어로 이를 직접 문제 삼기는 어렵지만, 단어 사용을 은근히 강요하는 문화는 문제다.

당내 일부 운동권 의원은 “나한테 형님이라고 말 한번 해봤느냐” “실력으로 선배 세대를 이겨야지 순순히 못 내준다” 등 다소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청년 세대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에 기성정치권의 문화를 그대로 수용하고 받아들이라는 모양새다. ‘진보정당’ ‘민주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전혀 진보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연유로 청년 정치인의 이름을 걸고 정계에 진출했어도 기성정치인들의 등쌀에 금방 기성 정치화되는 것은 부지기수다.

현실의 청년 정치인들은 “특혜는 바라지도 않는다”라며 공평한 기회라도 주어지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청년 가산점 제도 등을 두면서 청년을 배려한다고 하지만, 현재의 선거구 제도 아래에서는 확실한 배려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편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동학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시대적 상황과 인구 구성적 측면에서 운동권의 청년 때와 지금 청년 세대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새로운 정치가 필요한 시점에 숙의형 배심원제 등 공정한 기회라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히 선배들과 경쟁해서 이겨야 하는 것이 맞다. 그때 쉽게 정계에 진입했으니 우리도 해달라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지금의 ‘룰(rule)’도 기성정치권이 만들고 그 룰을 통해 도전하라고 하니 고쳐야 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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