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호가 예상을 뒤엎고 호성적을 썼다. 이 바탕에는 김은중 감독의 준비와 리더십이 있었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플라타의 라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이스라엘과 3·4위전을 1대 3으로 패배했다.
지난 9일 열린 이탈리아와 4강전에서 1대 2로 패배하면서 대회 2연속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3·4위전으로 내려온 한국은 이스라엘에게도 패배하며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거는 데 실패했지만 U-20 대표팀이 보여준 성과는 기적에 가까웠다.
이번 대회를 앞둔 김은중호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특출 난 스타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2년 전 17세 이하(U-17) 월드컵이 코로나19 여파로 개최되지 않으면서 선수들은 국제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다.
심지어 선수단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 체력과 경기 감각이 우려됐다. 김 감독도 1차 목표를 16강 진출로 잡았다.
큰 기대 없이 대회를 시작한 한국은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부터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두더니 온두라스와 감비아와 무승부를 거둬 1승 2무로 조 2위로 16강 무대를 밟았다.
토너먼트 무대로 접어든 뒤에는 16강전에서 에콰도르를, 8강에서 나이지리아를 차례로 꺾고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비록 준결승과 3·4위전에선 패배했지만 한국의 준결승 진출이라는 큰 쾌거 뒤에는 김은중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다. 선수 시절 예리한 득점력을 갖춰 ‘샤프’라 불린 김 감독은 자신의 별명처럼 날카롭고 치밀한 전술로 강팀들을 차례로 꺾었다.
현역 은퇴 후 연령별 대표팀 코치 생활을 지내던 김은중 감독은 지난 2021년 12월 U-20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시 김판곤 대한축구협회(KFA) 대표팀전력강화위원장은 김은중 감독에 대해 "바르고 합리적인 성품, 참신한 이미지, 젊은 선수와 원만한 소통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조용한 성격에 솔선수범하는 선수였고, 따르는 후배들도 많았다. 그의 품성은 선수단을 지도하는 데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며 경쟁 구도를 만들기보단 ‘함께’를 강조했다. 또한 선수단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며 21명의 선수단을 ‘원팀’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은 벤치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며 선수단 분위기를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석연치 않은 판정을 많이 겪었지만 김은중 감독은 선수단이 흥분하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도 주심의 판정에 벤치가 술렁이자 김 감독이 이를 진정시키기도 했다.
김 감독의 냉정하고 섬세한 리더십에 한국은 4위라는 호성적을 써갈 수 있었다. 기적을 써간 김은중호는 오는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