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휘발유 조개' 구워먹기 [나의 북한 유학일기]

북한 원산 앞바다에서 '휘발유 조개' 구워먹기 [나의 북한 유학일기]

평양만 벗어나면 흙 먼지...빈부격차 실감

기사승인 2023-06-12 09:09:55

북한에 들어온 유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학교에서 여행을 갔다. 전통적인 의미의 관광명소로 떠나는 수학여행은 아니었다. 주로 기념관을 둘러보고 산속 깊은 곳이나 바닷가에 있는 숙소 식당에서 준비된 도시락, 그리고 대동강 맥주와 평양 소주를 먹고 돌아오는 식이었다.

유학생 숙소에도 정전이나 단수가 잦지만 지방에 가면 숙박 여건이 더욱 안 좋다. 게다가 나는 원래 외박을 싫어하는 편이라서 여행을 갈 때마다 즐겁기보다는 거부감이 많아 당일 여행을 선호한다.


북한 지역에서 손꼽으라면 나는 원산을 매우 좋아했는데 원산은 바다가 정말 파랗고 아름다워서 바닷바람을 쐬며, 방금 바다에서 낚은 생선과 신선한 조개를 먹으면 신선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신선한 재료는 복잡한 조리가 필요 없고 화로에 직접 구워 초장에 찍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다.
북한 원산 앞바다 '휘발유 조개구이 굽는 모습. 풍로가 인상적이다. 사진=육준우

북한만의 특색(?)인 휘발유 조개구이도 먹을 수 있다. 조개를 바닥에 놓고 휘발유를 뿌려서 불을 붙이는 방식인데 동숙생과 운전기사들의 안주로 딱이다. 북한에는 음주단속이 없어 운전자들이 귀성 길에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차를 몰았다.

다행히 운전자들이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위험한 일은 발생하진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간담이 서늘하다.

조금 먼 묘향산이나 금강산, 판문점 같은 경우에는 1박 2일을 가야 한다. 묘향산은 거의 매년 가을 단풍이 만개할 때 찾아갔는데 산의 높이가 높지 않고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다.
원산 바닷가 상점에서 파는 다양한 조개. 사진=육준우

금강산이 보다 웅장하지만 묘향산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매력이 있다. 열심히 올라가서 산 아래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으나, 정상에서 먹는 불고기야 말로 최고의 위로가 된다.

무게가 꽤 나가는 고기 굽는 화로와 음식은 힘이 센 남자 동숙생들이 메고 산에 오른다.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도 많이 오는데 모두 푸짐한 음식과 술을 들고 산꼭대기에서의 피크닉을 즐기러 온다.

금강산은 딱 한 번 가봤는데 북한 관광 중 가장 인상적인 여행이었다. 경치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묵었던 호텔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다. 한국에서 지었다는 금강산호텔은 매우 현대적이다. 깨끗하며 부드러운 침대가 있고 24시간 온수가 나온다. 그리고 TV를 볼 수 있다.

묘향산 호텔 밤에 10분만 물 공급 양치질 반쯤했는데 단수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한의 다른 호텔을 경험해 보면 내가 이런 기본적인 시설에 감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묘향산에서 묵는 호텔에서는 밤에 10여 분 동안만 물을 공급하는데, 양치질을 절반쯤 했을 때 이미 단수가 되었다.

북한의 빈부격차는 평양을 떠나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평양은 파란 하늘, 깔끔한 거리, 다양한 색깔의 빌딩이 있다면 평양을 나오자마자 버스가 질주하며 날린 흙먼지가 도시를 온통 노랗게 물들였고, 황토에는 아직 칠하지 않은 허름한 건물들, 드문드문 보이는 자동차와 거리를 달리는 자전거가 대조를 이뤘다.
원산 앞바다에서 낚시. 꽤나 큰 고기를 잡았다. 멀리 보이는 육지가 호도반도로 추정된다. 사진=육준우

유학생인 우리가 잠시 머무는 여행지로서도 많은 불편함을 느껴지는데 주민들은 일상의 나날들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판문점에 갔을 때 많은 곳을 둘러보았다. JSA에서 남북한 병사들의 상반된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북한에서 남한 쪽 자유의 집을 바라 볼 때 ‘자유의 집'이라고 새겨진 네 글자가 유독 눈에 선하다. 지금 이렇게 남한에 와서 자유의 거리, 자유의 나라를 누리고 있음이 신기할 따름이다.

육준우(陆俊羽·중국인유학생)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수료. 홍익대학교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졸업. 2011~2016년 북한 김형직사범대학교 유학(조선어전공).

am529junwo@gmail.com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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