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에 냉각된 하이트진로·롯데칠성 주가…“하반기 주목”

‘경쟁 심화’에 냉각된 하이트진로·롯데칠성 주가…“하반기 주목”

마케팅 비용 증가·주정 가격 상승분 반영…실적 ‘악영향’
증권가 “당분간 주가 모멘텀 기대 어려워”
하반기 성과 기대된다는 의견도 상존

기사승인 2023-06-13 06:00:12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표적 주류사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주가가 계절적 특수 요인에도 불구하고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주류 시장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면서 따라온 영업비용 증가와 주정 가격 상승분 반영으로 인한 원가 부담에 기인한다. 이같은 우려 요인으로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주가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다만 하반기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하이트진로 주가는 연초 종가(2만4400원) 대비 7% 감소한 2만2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8% 증가한 것에 비하면 정반대의 주가 흐름을 선보인 셈이다. 또 다른 대표 주류 업체인 롯데칠성 주가도 연초 종가(16만9500원) 대비 17.6% 줄어든 13만9700원으로 확인됐다.

통상 주류 업체의 주가는 여름 시기에 대표적인 폭염 수혜주로 분류된다. 무더운 날씨에 주류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들 종목은 연초 대비 높은 하락세를 보인다. 이달 들어서도 유의미한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주가 부진의 주된 요인은 주류 시장의 점유율 경쟁 심화에 따른 공격적 마케팅으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가 꼽힌다. 우선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이 6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7억원으로 33.4% 감소했다. 특히 1분기 판관비 지출 중 광고비 부문이 지난해 316억원에서 올해 582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 

롯데칠성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칠성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798억원으로 8.5% 증가했다. 같은 기준 영업이익은 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8.1% 감소한 304억원으로 드러났다. 실적 발표 당시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에 따른 판매관리비 증가로 인해 영업이익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양사 모두 점유율 방어 차원의 비용 투입이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주정 가격 상승분 반영으로 인한 원가 부담도 악재로 작용했다. 대한주정판매는 지난 4월 소주 원료인 주정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지난해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세계 곡물 가격 급등과 물류비 증가, 고환율 등을 이유로 평균 7.9% 인상된 바 있다. 2년 연속 오른 셈이다. 소주 업체들은 대한주정판매를 통해서만 주정을 구입할 수 있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오너 리스크’ 문제도 떠안았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은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이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서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4-3부(부장판사 이훈재·양지정·이태우)는 박 사장에게 직역 1년3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재판부는 “서영이앤티를 통해 하이트진로를 지배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함으로써 경영권 승계 토대를 마련하려고 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주가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영업이익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은 하이트진로의 2분기 실적에 대해 연결 기준 매출액 6546억원으로 전년 동기 10.5%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5.0% 감소한 40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추정한 것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주류 시장에서 주종별 신제품을 기반으로 치열한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며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방어를 위한 차원의 마케팅 비용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연구원은 “소주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5%, 20.6%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난해 5~6월 화물연대 파업 이슈로 가수업 물량이 발생해 판매량이 대폭 증가했는데, 이에 따른 기저 효과로 매출이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롯데칠성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10.9% 하향한 20만5000원으로 변경했다. 목표주가는 2개월 선행(Fwd) 지배주주순이익 추정치에 주가수익비율(PER)  12배를 적용해 산정했다. 더불어 롯데칠성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7955억원, 6% 감소한 6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추정치 조정과 국내 주류 산업 경쟁 심화 우려를 반영한 것이 목표주가 하향의 근거”라며 “맥주 판매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 주류 업체의 하반기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향후 실적 개선 모멘텀이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이트진로의 주가는 맥주 판매량 추이에 반응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지난달 10일 기준 켈리의 누적 판매량은 104만 상자(330ml 기준)로 테라 판매 속도를 넘어서는 기록을 달성했다. 향후 테라와 켈리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맥주 판매량 및 시장점유율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판단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칠성은) 소주 신제품 ‘새로’ 관련 광고 판촉비와 원재료비 증가 부담이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오는 10월 맥주 신제품 출시, 펩시필리핀 비용 절감 효과 등 기대감 상승에 따라 하반기로 갈수록 전사 실적 개선 모멘텀과 가시성은 더욱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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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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