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1조 소송에… “한국 정부, 690억 배상해야”

엘리엇 1조 소송에… “한국 정부, 690억 배상해야”

청구액 1% 인용

기사승인 2023-06-21 08:24:24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사옥.    쿠키뉴스 자료사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한국 정부가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에서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20일 오후 8시(한국시간)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게 5358만6931달러(이날 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규정한 의무를 위반했다며 PCA에 중재를 신청한 지 5년 만이다.

엘리엇이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이다. 이번 판정에서는 원금 기준 약 7%가 인용됐다. 배상원금에 2015년 7월부터 판정일까지의 5% 연 복리 이자도 지급해야 해 실제 정부가 지급해야 할 돈은 약 1300억원 상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있었다며 PCA에 ISDS를 제기했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갖고 있었다.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합병 비율이 정해지면서 엘리엇을 비롯한 일부 주주는 반대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각각에 대규모 지분을 갖고 있던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합병안은 통과됐다. 이후 검찰 수사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엘리엇은 ISDS를 제기하면서 한국 법원에서 진행된 ‘국정농단’ 재판을 근거로 논리를 펼쳤다. 대법원이 지난해 4월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유죄를 확정하면서 엘리엇 주장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삼성물산 주주 72명이 엘리엇과 비슷한 논리로 국가에 약 9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공방은 더 치열해졌다.

이번 판정은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도 엘리엇과 비슷한 이유로 지난 2018년 9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2억달러(약 2565억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생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편, 법무부는 판정문 분석 결과 및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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