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되면서 전 국민의 나이가 한두 살씩 어려졌다. 학교에선 같은 학년이어도 생일에 따라 나이 차이가 나게 됐지만, 시행 첫날 별다른 혼란 없이 적응하는 분위기다.
이날 경기 안양시 한 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은 만 나이 시행 이후 교실 분위기에 대해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3월생인 박모양은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이제 10살 됐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들은 다른 친구가 ‘아, 그래’라고 시큰둥하게 답하더라”라고 했다.
한 중학교 앞에서 만난 중학생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중학교 1학년 최모양 등은 만 나이 시행과 관련해 “평소와 당장 달라진 점은 없어 별생각 없었다”고 했다. 12월생으로 같은 학년 친구 중 가장 생일이 늦다는 최양은 “이제 그럼 제가 여기서 막내냐”며 웃었다. 같은 해 1월생이라는 김모양은 “원래도 친구 사이에 나이는 큰 의미가 없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누가 나이를 물으면 (헷갈리는 나이보다) 학년으로 말하면 될 것 같다”
이날부터 만 나이가 시행돼도 학교생활에서 달라지는 점은 없다.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유치원 입학 시기는 이미 모두 만 나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학 연령도 현재와 동일하다. ‘초·중등교육법’ 제13조 취학 의무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아동이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해 3월1일에 자녀·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
시행 전엔 같은 반 친구끼리 서로 형·동생으로 부를까 걱정된다는 우려가 부모들 사이에서 나왔다. 만 나이를 사용하면 같은 해에 태어난 친구라도 생일에 따라 나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육아카페 등에는 만 나이 시행을 앞두고 “같은 반 친구가 이제 나이가 한 살 많아진다고 한다. 친구가 맞냐는 아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하나” “왜 나이가 어려지냐고 묻는 아이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김모양은 “학교에서 ‘생일이 빠르니까 이제 내가 형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며 “만 나이 얘기가 뉴스에 많이 나오니까 친구들끼리 장난한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김양의 이야기를 듣던 최모양은 “생일이 몇 개월 차이 나지도 않는데, 같은 학년끼리 언니·동생이라고 할 수 있겠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만 나이 계산이 익숙지 않아 당황하는 모습도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전모양은 나이를 묻자 “만 나이로 말해야 하는 거냐, 어떤 나이로 해야 하느냐”며 “만 나이는 어떻게 계산하는 건지 아직 헷갈린다”고 말했다. 최양은 “오늘부터 만 나이로 쓰는 거면, (생일이 빠른 친구에 대한 호칭을) 언니·오빠로 높여 불러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만 나이 시행 이후에도 같은 학년, 학급 친구는 모두 친구로 보면 된다. 법제처는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친구끼리 호칭을 다르게 쓸 필요 없다”면서 “만 나이 사용이 익숙해지면, 한두 살 차이를 엄격하게 따지는 서열문화도 점점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