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맛 시원하고 좋네요. 이게 수돗물이라고요?”
서울시청에 설치된 음수대(식수대) 물을 마신 한 민원인의 평가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부터 수돗물에 ‘아리수’란 이름을 붙이고, 안전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서울시는 청사 내부 식수 모두를 ‘아리수’로 교체하는 등 수돗물 이용률을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아리수에 대한 시민 인식도 점점 개선되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해 초등학교 수돗물 음수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갈 길은 멀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수돗물 아리수 음수대(6월 기준)는 공공기관 413곳에 총 1613대가 설치됐다. 주요 기관으로는 서울시청, 서울시의회, 강북구청, 마포구청 등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서북병원, 은평병원 등 주요 병원이 있다.
학교, 유치원, 공원 등 공공기관 이외 지역으로 확대할 경우 서울시 전역 총 2836개소에 아리수 음수대 2만6491대가 설치됐다. 이는 1년전과 비교해 768곳, 1601대 늘어난 수치다.
음수대는 정수장에서 급수된 수돗물이 별도의 정수나 여과 처리 없이 식수를 목적으로 공급되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수돗물을 정수 처리 없이 그대로 마시는 셈이다. 서울시는 올해도 140개소에 아리수 음수대 70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런 음수대의 보급 확대는 아리수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1년 환경부 수돗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수돗물에 대한 만족도는 75.2%로 전국 평균 69.5%보다 5.7%p 높았다. 서울시청 청사 내부에서 물을 마신 시민 A씨(43.여)는 이 물이 아리수인 것을 알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몰랐다”며 “말하지 않으면 일반 정수기 물인줄 알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또한 아리수의 수질은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6개 정수센터와 8개 수도사업소 등이 국내 최초로 식품안전경영시스템(ISO22000)과 안전보건경영(ISO45001) 부문에서 국제표준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역주민센터와 서울도시주택공사(SH), 서울경제진흥원(SBA) 등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에 대한 음수대 설치는 미진한 상황이다. 이 곳 대부분은 여전히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다. 한 투자·출연기관 관계자는 “지점 등 설치가 가능한 곳에선 대도록 음수대를 놓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는 정수기로 돼 있다. 앞으로 서울시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병물 아리수의 보급도 전무하다. 페트병이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우려로 병물 아리수 사용이 재난·단수 시에만 제공하도록 돼 있어서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행사나 폭염시 옥외 노동자나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물도 아리수가 아닌 생수를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최근 시의회와 함께 관련 조례를 개정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 페트병, 종이 팩, 알루미늄 캔 용기 등 아리수 용기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시민이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은 36.5%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수질 관련 안전사고도 아리수 보급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조달청에서 구매한 음수대 중 발암물질이 검출된 제품을 찾아내 문제가 되는 음수대 전체를 철거·교체한 바 있다.
서울시도 시민들의 우려를 인식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2006년부터는 실시간으로 수질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 라인(166개 항목)보다 2배, 환경부 먹는물 수질기준(60개 항목)보다 약 6배 많은 350개 항목의 깐깐한 수질검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신종물질에 대한 검사항목을 매년 확대해 수질 관리를 꾸준히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지금 아직도 (수돗물에)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다. 믿고 마실 수 있도록 보다 촘촘한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겠다. 또한 공공기관에 음수대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등 모든 기관에 다시 한 번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