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명 ‘은행 경쟁촉진’ 4개월...결말은 ‘미완’

대통령 특명 ‘은행 경쟁촉진’ 4개월...결말은 ‘미완’

은행 경쟁촉진 핵심은 ‘신규 인가’
돈잔치 막을 방안은 ‘공시 확대’
4개월 만에 나온 대책 ‘미완’ 평가

기사승인 2023-07-05 10:00:10
쿠키뉴스DB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경쟁촉진’ 지시에 따라 4개월의 고민 끝에 금융당국이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핵심은 추가 은행 인가를 통해 은행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당국은 그동안 닫아 놓았던 은행업 인가 신청의 문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핀테크의 발달로 은행업 인기가 예전만 못 한 상황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은행이 등장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직까지 도전장을 내민 곳도 없어 이번 대책이 ‘미완’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5일 은행권 경쟁촉진 등 6개 과제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은 그동안 은행권 경쟁 촉진 및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 등 6개 과제를 두고 TF를 구성해 개선방안을 마련해왔다. 이는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은행의 과점 폐해를 지적하면서 특단의 경쟁 강화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결과다.

금융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이 은행권 대출·예금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예금 점유율이 74.1%로 가장 높고, 뒤이어 대출 63.5%, 자산 63.4% 순이다.

5대 은행 독과점 깨라…은행 인가 문 열린다

윤 대통령의 지시 일주일 만에 업권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TF 꾸린 금융당국은 4개월 동안 총 15차례 회의를 거쳐 대책을 확정했다. 먼저 은행 경쟁 촉진을 위해 마련한 대책의 핵심은 새로운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도입과 함께 지방은행 등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그동안 사실상 필요에 따라서만 내주던 은행업 인가를 상시 신청 접수를 받아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만약 이를 통해 시중은행 인가가 발급되면 1992년 평화은행 인가 이후 31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당국은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나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을 밝힌 상황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방침 발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되었으나, 앞으로는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 등을 갖춘 사업자의 신청을 받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신규 인가를 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서는 “(전환을 위한) 자본은 이미 충족한 상태다. 추가적으로 볼 부분은 사업계획 타당성과 지배구조 이슈 등”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전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청이 접수되면) 이르면 올해 안으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이미 가동에 들어간 대환대출인프라와 온라인 예금중개서비스, 금융-IT간 협업 강화를 통해 은행 경쟁을 더 촉진하기로 했다.  


은행 돈잔치 대책은…국민이 감시·견제해 달라 


금융당국은 윤 대통령 지시의 발단이 된 은행 ‘돈잔치’ 논란 해결책도 마련했다.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익을 거두고, 그 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배당을 지급해 국민의 눈총을 받은 바 있다. 

돈잔치 논란의 대책은 은행 임원의 경우 성과급을 나눠 지급하는 비율(40→50%)과 기간(3→5년%)을 연장하고 성과급 조정(malus)·환수(claw back)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또한 등기임원 별 보수지급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설명(Say-on-Pay)토록 하고, 개별 임원의 보수지급액 공시를 강화해 주주의 감시와 견제를 받도록 했다. 

일반 직원의 보수와 관련해서는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국민에게 맡기기로 했다.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내용 등을 경영현황 보고서에 담아 은행별로 자율공개하도록 한 것. 은행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수익을 내며 발생한 수익을 어디에 활용하는지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해 국민의 견제와 감시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의 성과보수체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임원의 경우 지배구조법을 통해 정확히 공시하자는 것”이며 “직원 관련해서는 자율 공시인데, 자율 공시되면 국민의 견제와 감시가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금리산정체계를 개선하고, 손실흡수능력과 비이자이익 확대,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윤 대통령 특명 달성될까…국민 체감 못 할 듯

금융당국이 4개월 만에 대책을 내놓았지만 은행 경쟁촉진과 돈잔치 논란을 해결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당국이 인가의 문을 열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시중은행 설립이 공수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최근 매력이 떨어지는 산업으로 평가된다. 씨티그룹의 한국씨티은행 통매각 실패 사례는 하락하는 은행업 인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씨티그룹은 2021년 한국씨티은행 통매각 시도에 나섰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 하고 소매금융부문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시중은행 설립 희망자가 나와도 당국의 자본안정성과 대주주 적격 여부 심사 등을 통과해야만 시중은행 설립이 가능하다. 

김 부위원장은 설립 희망자가 있냐는 질문에 “상황을 세팅하고 수요를 체크하기 어렵다”며, 현재 파악된 설립 희망 수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단기간에 시장에 변화를 불러오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점포 한 곳의 일년 유지비만 50~100억원에 달한다”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보하고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1~2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고 말했다.

은행의 과도한 성과급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방안도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사실상 공시를 확대하는 방안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초 민간 기업의 보수에 당국의 개입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던 만큼 출발부터 한계가 분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책을 내놓은 금융당국도 대책의 부족한 점을 인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당국은 “은행들은 비슷한 금리의 유사하거나 동질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국민들이 실질적 경쟁효과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은행권 경쟁 촉진 등에 대한 국민들의 체감도를 지속해서 높여나가기 위해 추가적인 과제를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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