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엄마...주워온 참새와 아이들

엄마 엄마 엄마 엄마...주워온 참새와 아이들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아동청소년 그룹홈 아홉 자녀 엄마의 '직진'](5)
아기 참새와 하룻밤 ...어미새가 떨어뜨린 참새가 불쌍한 남편

기사승인 2023-07-05 09:22:25
전성옥
1971년 전북 고창 출생. 현재는 전남 영광에서 9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아동청소년 그룹홈' 가정의 엄마다. 여섯 살 연하 남편 김양근과 농사를 지으며 단란한 가정을 이끌고 있다. 김양근은 청소년기 부모를 잃고 세 여동생과 영광의 한 보육시설에서 성장했는데 그가 20대때 이 시설에 봉사자로 서울에서 자주 내려왔던 '회사원 누나' 전성옥과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이들의 얘기는 2017년 KBS TV '인간극장'에 소개되기도 했다.

전성옥 부부는 대학생 아들 태찬(19), 고교 2년생 딸 태희(17) 등 1남 1녀를 두었다. 이 자녀들이 어렸을 때 부부는 서울에서 낙향을 결심했다.  전성옥은 "어려운 아이들의 부모가 되어주고 싶다"는 남편을 뜻에 동의해 영광에 내려와 그룹홈을 열었다. 이때 셋째 김태호(11)를 입양했다.

그 후 여섯 명의 딸 김초록(가명 · 19 · 대학생) 한가은(가명 · 이하 가명 · 18 · 특수학교 학생) 김현지(14 · 중학교 2년) 오소영(13 · 중학교 1년) 유민지(12 · 초교 6년) 장해지(9 · 초교 3년) 등과 함께 '다둥이 가정'을 꾸렸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전성옥은 귀농 후에도 문학반 수업을 들을 만큼 문학적 자질이 뛰어나다. 아이들과 함께 책 읽고 글 쓰는 일을 가장 즐겁게 생각한다. '사랑한다는 걸 잊지마'는 혈연 중심의 가족구성원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연재 칼럼이다.

전성옥 부부. 아들 태호가 음악 경연대회에서 수상한 후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전성옥 제공 

인터넷 정보로 참새 새끼 살리기 대작전 돌입

“그냥 오려고 했는데 자꾸만 짹짹거려 맘이 편치 않아서.”

남편. 측은지심이 지나치다. 어미새가 떨어뜨린 참새를 주워왔다.

이제 막 대학교 방학을 하여 집에 온 큰 아들 하는 말.

“엄마랑, 아빠는 변하게 없구만요. 아빠가 동물을 주워오면 엄마는 또 돌보고. 지난번에 새끼 고양이도 아빠가 주머니에 넣어 와서 키웠잖아. 그래서 이름도 주머니로 지어주고.”

종이컵에 담아온 새끼 참새는 이제 겨우 하루 이틀 지난 듯 하다. 털이 하나도 없이 분홍색 살이 그대로 들어나 있고 양쪽 날개 끝쪽과 머리 윗부분, 등줄기만 거뭇거뭇하다.

“엄마, 이거 제비 아니에요? 제비면 좋겠다. 돌봐주면 박씨 물고 오지 않을까? 흥부네도 그랬잖아요.”

“맞다. 우리집도 흥부네 집처럼 아이들도 많고 가난하잖아?”

가난하다는 말에 모두들 한마디씩 한다.

“야, 우리집이 왜 가난해? 집도 이렇게 크고 넓은데.”

“흥부네는 밥도 없어서 못먹었는데 우리집은 안그러잖아.”

“어제도 엄마가 삼겹살 궈줘서 먹었잖아. 근데 이게 가난한거냐?”

어쨌든 우리들은 이제 아기 참새를 키워야 할 판이다. 아이들은 인터넷을 뒤지며 아기 참새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뭘 먹여야 하는지 조사가 시작되었다.

“엄마, 설탕물을 먹여야 한 대요.”

“그래, 알았어.”

잽싸게 설탕에 물을 타서 녹였다.
아기 참새에게 학습용 주사기로 설탕물을 먹이고 있다. 사진=전성옥 제공

“엄마, 찬물은 안된대요. 따뜻한 물로 해야 된데요.”

“그럼, 다시 타야겠다.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가져와봐.”

“엄마, 계란 노른자를 먹여야 한 대요.”

“어, 그래. 냉장고에 계란 있어 꺼내와.”

“아니, 그게 아니고 계란을 삶아서 흰자는 버리고 노른자만 물에 으깨서 줘야 한다니까요.”

“그럼 우선 계란을 한 개만 삶아보자.”

물을 끓이고 계란을 삶고 흰자는 버리고 노른자만 물에 으깼다. 그런데 이걸 어쩌냐 어떻게 그 조그만 주둥이에 넣는단 말인가.

“엄마, 제가 주사기 작은 거 있어요.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쓰던 걸 가져왔어요.”

“야, 빨리 가져와봐.”

온 집안이 야단법석이다. 그 조그만 아기 참새를 위해 모두가 머리를 조아리며 한곳에 모여있다.

우리집은 금세 아기 참새로 인해 하나로 뭉쳤다. 주사기로 입을 벌리게 하고 조금씩 물을 주고 계란 노른자를 짜서 주었더니 입을 쩍쩍 벌리면서 받아 먹는다.

“야. 살겠다. 살겠어. 먹는걸 보니 살겠어.”

남편은 대단한 일을 한 냥 으스대며 만족한 표정이다.

“그런데 엄마. 새끼 참새는 2시간마다 한 번씩 밥을 줘야 한 대요. 조그만 늦어도 바로 죽는대요. 어떡해요? 2시간마다 일어나서 밥 줘야 하는데?”

“할수 있어. 엄마는 할수 있다. 지금이 10시 30분이지. 음... 11시 30분, 12시 30분. 그래 12시 30분에 한번 일어나고 또 1시 30분, 2시 30분. 그러니까 2시 30분에 또 일어나고. 마지막으로 4시 30분에 일어나면 되는 거잖아.”

과연 잠꾸러기 엄마가 2시간 만에 한 번씩 일어나 새끼 참새의 어미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모두들 의심의 눈초리였지만 믿어보기로 했다.

큰아들, 자기 전에 다시 한번 할 일을 일러준다.

“엄마. 새끼는 체온이 중요하니까 따뜻한 물통도 2시간에 한 번씩 갈아주어야 하고, 너무 뜨거우면 피부가 데일수 있으니까 물 온도 조절도 잘 해주어야 해요. 물통 위에 화장지나 키친타올을 깔아두어서 보드라운 털 느낌이 들게 해 주어야 하구요.”

주저리주저리 읊어대는 잔소리가 이렇게 싫은 거구나. 알았다고 그만 하라고 해도 아들은 계속해서 잔소리다. 와!~ 엄마 잔소리는 낄 틈도 없구나.

모두들 잠이 들었다. 엄마도 시간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기 전 남편에게 한번 더 말해두었다.

“여보. 나 2시간마다 한 번씩 일어나야 하니까 꼭 깨워줘야 해요. 알겠지!”

스르르 잠이 들었다. 과연 엄마는 2시간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새벽 5시. 갑자기 눈이 떠진 엄마는 기겁을 하였다.

“오메~~ 여보. 어떡해. 참새새끼!”

빛의 속도로 일어나 새끼참새가 있는 바구니를 살폈다.

쭈그리고 있고 등이 들썩거리는 것이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게다가 똥까지 한번 싸질러 놓은 것이 대견스럽게 느껴질 정도라니.

부리나케 물통을 따뜻한 물로 갈아주고 어제 먹이다 놔둔 계란 노른자 물을 주사기에 넣어 주둥이 쪽으로 가져갔다. 힘이 없기는 했지만 주둥이를 벌리고 받아 먹는 듯 했다. 두어 방울 넣어주고 다시 설탕 탄 물을 따뜻하게 해서 몇 방울 먹였다.

아이들이 일어난 아침시간은 또 난리다.

“엄마. 아기참새 밥 먹었어요?”

“엄마. 2시간마다 밥 준거 맞아요?”

“엄마. 아기참새는 언제 날 수 있어요?”

“엄마. 빨리 날아서 우리집 부자되는 박씨를 물어오라고 해요?”

학교 가는 시간까지 아기참새는 몸살이다. 수건으로 덮어놓은 것을 열어보고 만져보고 덮어놓고. 1분도 못지나 또 한 녀석이 열어보고 만져보고 덮어놓고….

오전 10시가 넘자 새끼참새는 입을 벌리지도 못하고 겨우 숨만 까닥인다.

“죽을 것 같아. 여보.”

힘없이 말하는 엄마의 목소리는 젖어있다.

“산에 묻어줄게.”

“숨이 멎을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래도 아직 숨은 쉬고 있잖아.”

아기 참새는 그렇게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들에게 엄마는 무슨 말을 해 주어야 할까?

전성옥(수필가) jsok00@hanmail.net

전정희 기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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