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건’으로 멈췄던 여야의 정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건의 원인을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원인 규명 과정이 ‘이태원 참사’의 반복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원인으로 문재인 전 정부의 지류지천 미정비와 윤석열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목됐다. 양당은 이 사고가 모두 인재라고 했지만 그 원인은 다르게 지적했다.
청주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지난 15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발생해 총 14명의 사망자와 9명의 부상이 발생했다. 내부 수색이 끝난 직후 여야는 서로 전·현 정부 책임론을 들고 맞붙었다.
여야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10월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와 유사하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원인 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꺼내 들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총선용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지난 13일 열린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청회도 불협화음이 이어졌다. 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참사를 정쟁에 이용한다고 비판하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대통령실과 양당의 입장차이로 오송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 규명도 불안한 실정이다. 윤 대통령은 문 정부 때 물 관리 일원화 권한을 받은 환경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서울 목동 신월빗물터널에 방문해 “문재인 정부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며 “당시 많은 의문이 제기됐지만 이번 폭우 사태를 겪으면서 그 의문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늦은 귀국으로 인한 컨트롤 타워 부재로 받아쳤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수해 책임을 덮어씌울 또 다른 희생양을 찾았다”며 “책임이 있다면 홍수통제소 경고에 신속히 대응하지 않은 지자체와 국내에 없었던 재난 컨트롤 타워인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에서도 갈등은 드러났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추경을 거부했다. 반면 민주당은 수해가 국가적 재난인 만큼 조속한 추경으로 국민을 도와야 한다고 맞섰다.
전문가는 여야의 갈등구조가 이태원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있어 양당의 책임론 공방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측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상대에게 책임의 원인을 찾는 것”이라며 “양당 모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수사와 국무총리실 감찰 등의 행보가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민주당도 윤 대통령이 작년부터 지시했음에도 왜 나아진 게 없는지 지적할 가능성이 높다. 이태원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공세 수위를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