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500억 들여 완성한 생활밀착 초능력 세계

‘무빙’ 500억 들여 완성한 생활밀착 초능력 세계

기사승인 2023-07-20 16:49:45
드라마 ‘무빙’ 속 배우 조인성.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4년의 담금질로 완성한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이 다음 달 베일을 벗는다.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초능력자들 이야기를 그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제작비로 들인 돈만 약 500억원. 배우 최민식이 출연한 디즈니+ 또 다른 대작 ‘카지노’(약 2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 2021년부터 아시아태평양 로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디즈니+의 사실상 마지막 동아줄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20일 서울 한강로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만난 강풀 작가 등 제작진은 남다른 부담감을 짊어진 모습이었다. 원작 작가이자 드라마 각본가로 참여한 강 작가는 2019년부터 2년간 대본 작업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박인제 감독이 지휘한 촬영도 1년간 이어졌다. 정점은 컴퓨터그래픽(CG)을 포함한 시각효과(VFX) 작업이었다. 주인공들이 지닌 초능력을 실감 나게 표현하면서도 배우들의 감정 연기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전 세계 9개 지역에서 60개 스튜디오 직원들이 1년 넘게 힘을 모았다.

원작에 등장하는 초능력은 크게 네 가지. 김두식(조인성)·김봉석(이정하) 부자가 지닌 비행 능력, 이미현(한효주)의 오감 능력, 장주원(류승룡)·장희수(고윤정) 부녀의 재생 능력, 이재만(김성균)·이강훈(김도훈) 부자가 가진 괴력 등이다. 드라마엔 전기를 일으키는 전계도(차태현)가 추가로 등장한다. 강 작가는 “초반 회차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초능력자들을 제거하는 프랭크(류승범)를 추가했고, 그의 대척점에 선 인물로 전계도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강풀 작가, 박인제 감독, 이성규 VFX 총괄 프로듀서.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실사로 구현하기 가장 까다로운 초능력은 비행이었다. 특히 김봉석의 비행 장면을 화면으로 옮기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어린 시절 초능력을 억누르고 살던 그가 일련의 사건으로 각성해 자기 능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등 능력이 불균질하게 발현돼서다. VFX 작업을 총괄한 이성규 프로듀서는 “봉석이 처음부터 능력을 잘 썼다면 CG 작업이 더 수월했을 텐데, 능력을 각성하는 순간의 감정적 개연성을 표현해야 해 더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이 총괄은 이를 ‘생활밀착형 CG’라고 표현했다. “서정적이고 뭉클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표현”이 생활밀착형 CG의 특징이다.

CG가 들어간 장면이 7540컷으로 블록버스터 영화(2000컷)보다 3배 이상 많다는 점도 난관이었다. 이 총괄은 “작업 효율성을 높이려 프리 비주얼라이제이션 단계를 추가했다”고 귀띔했다. 프리 비주얼라이제이션이란 영상물 촬영에 앞서 이야기나 연출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 총괄은 “이 단계를 통해 장면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윤곽을 잡았다. 미리 시각화한 자료에 근거해 촬영분을 편집한 뒤 시각효과를 추가했다”며 “드라마에선 흔치 않은 작업 방식이지만 덕분에 막대한 분량의 CG를 현실감 있게,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미리 본 봉석의 각성 장면에선 광활한 하늘을 미끄러지듯 날아가며 느끼는 해방감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총괄은 “촬영장에서 봉석 역의 이정하 배우에게 와이어를 달아 공중을 날게 한 뒤 전체 배경을 디지털로 합성했다. 덕분에 배우의 감정 연기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며 “봉석이 학교까지 비행하는 장면이나 체육관에서 날아다니는 장면도 디지털로 배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20부작이다. 다음 달 9일 청소년 세대 이야기를 다룬 1~7화를 한꺼번에 공개하고, 이후 일주일에 2편씩 선보인다. 박 감독은 “액션을 중심으로 가족 드라마, 하이틴 드라마,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섞었다”며 “다양한 이야기가 알차게 재밌게 설레게 흥분되게 담겼다”고 자부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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