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교사들의 폭행·사망 사건에 현장 교사들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일부 교사들은 육아 상담 예능 방송 속 육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솔루션(해법)은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 추모 공간을 찾은 교사 A씨는 “금쪽이 방송에서 제시되는 솔루션은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마다 성향과 상황이 다르고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B씨도 이날 추모 현장을 찾아 “학부모의 민원이 있어도 담임교사가 다 짊어져야 할 시스템이라서 학교 현장의 교수들은 힘겨워하고 있다”고 했다. 교사로서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많다는 그는 교사가 교실의 모든 문제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교육당국이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도 육아상담 예능 방송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육아전문가로 유명한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를 향한 불만도 나왔다. 교사들은 교사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날로 교권 침해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로 보는 오 박사의 교육관을 공감하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육아 전문가들이 금쪽이들에게 탁월한 솔루션을 해주는데 1학교 1전문가 보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 “육아 전문가들도 한 달만 담임교사를 해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갈 것”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소아 정신과전문의인 서천석 박사도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이라며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쪽이 류 프로그램은)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며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결 못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책임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 박사는 “정신과 의사라면 알고 있다. 노력해도 바꾸기 어려운 아이가 있고, 상당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며, 그런 노력에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이라며 “상담 몇 차례, 교육 몇 차례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쯤은 다 안다. 교육적 장기 입원까지 가능한 전문적 접근은 물론 행동치료 경험이 풍부한 일대일 전담 교사(치료사) 배치 등 강력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