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신고 아동, 어떻게 살릴까… 보호출산제 논쟁 계속

출생 미신고 아동, 어떻게 살릴까… 보호출산제 논쟁 계속

기사승인 2023-07-24 16:52:18
2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 주관 ‘유령아동방지와 보호정책마련을 위한 전문가 긴급간담회’에서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출생 미신고 아동 유기·살해 사건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임신부와 아동을 지키는 제도와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정치권과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위기 임신부에 대한 실질적 지원에는 공감하면서도, 최근 복지부가 출생등록제에 이어 후속 입법으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보호출산제와 관련한 논쟁은 계속했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가 주관한 ‘유령아동방지와 보호정책마련을 위한 전문가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출산 기록은 존재하지만 출생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유기·살해당하는 미신고 아동의 비극을 막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보호출산제 논쟁 계속
“최후의 선택돼야”
“비극 막기 위한 최선의 제도”

출생 미신고 아동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에 이어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거론되지만, 입법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호출산제는) 아동이 시민으로서 법적으로 보장받아야 할기본권을 반쪽 권리로 분절하는 제도”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여성에게는 ‘아이만 낳아라. 그 뒤는 국가가 알아서 해줄게’와 같은 제도다. 말로는 ‘보호’를 얘기하지만, 방임출산제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아이를 출산할지, 아닐지 고민할 숙려가 필요하다. 이어 임신을 유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담이나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며 보호출산제는 ‘최후의 선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도“협회에서 도움을 준 ‘나 홀로 출산’은 17건”이라며 “나 홀로 출산하는 출산하는 원인이 익명성인 경우는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 몸을 챙길 여유가 부족할 정도로 경황이 없거나 신체적 어려움이 있어 병원에 가기 힘들 경우, 즉 나이가 어린 친구, 지적 장애가 있는 친구들이었다”고 말했다. 익명 출산제로도 불리는 보호출산제가 유령아동을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몇몇 선행 조건을 전제로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를 병행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현소혜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사례 등을 보면 극단적인 영아 살해는 임신거부증이 있는 분들이 많다”며 “임신거부증 증상이 있는지, 사회·경제·심리적·법적 문제가 있는지 임신부에 대한 상담이 강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임신 중단 기회 정보 제공 △원가정 지원 서비스 △ 입양과 출생 신고에 대한 정보 제공 △익명출산(보호출산제) 정보 제공 △아동의 뿌리 찾기 정보 제공 등을 선행 조건으로 꼽았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신도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출산과 양육은 견딜 수 없는 부담과 고통일 수밖에 없다”며 “(영아 유기·살해) 비극을 막기 위한 최선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모두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학대 아동을 예로 들어 “최종 목표가 ‘원가정 복귀’인 사회에서 피해 아동은 고통받는다”며 “끝내 자신의 임신 사실을 혐오하고, 부인하고 회피하는 임산부에게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있다’는 격려와 책임감 부여가 생모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대안일지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24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 빈곤아동정책자문위원회 주관 ‘유령아동방지와 보호정책마련을 위한 전문가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임지혜 기자


위기 임신부 조속한 지원 필요
경제·양육 지원 등 강화돼

위기 임신부와 아동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자는 목표는 같았다. 전문가들은 보호출산제 도입에 앞서 위기 임신부에 대한 지원과 상담, 양육 지원 등이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프로젝트 팀 사회적 부모의 이다정 간호사는 20여년간 보육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비혼모에 대한 양육, 생활 및 주거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비혼모의 경우 임신과 출산 영향으로 사회와 직장에서 배제됐을 확률이 높다. 출산 전후 휴가 급여 및 육아휴직 관련 수당을 받지 못했을 점을 고려해 경제 지원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생부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 등이 시행하는 ‘양육비 대지급제’ 도입을 촉구했다. 양육비대지급은 국가가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비양육자에게 비용을 회수하는 제도다.

오 대표도 “원가족 양육 상담이라는 것은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찾아왔을 때 (양육할지, 입양할지) 선택지를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로 “임신 초기부터 임신 중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아이를 키운다면 어떤 것이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실현해줘야 한다”며 “주거 마련·직업 교육·아동교육·멘토 연결 등 원가족 중심의 보편적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지연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보호출산제는 (복지부가 출산통보제와 함께) 지난 2019년부터 계속 주장해온 것”이라며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한 산모와 아동의 건강이 침해될 것이 명확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하며 조속하게 입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양 3법 개정이 통과해 국가 책임으로 전환됐고, 2020년 6월부터 지자체의 아동보호 체계가 개선됐다”며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보호출산을 선택하기 전 어떠한 상담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양육비 이행 청구, 한부모 정책, 위기 임신부 대책 위한 범부처 TF 운영 등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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