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매뉴얼’ 마저 공개 못 한다는 해병대…‘뭘 감추려고’

‘재난 매뉴얼’ 마저 공개 못 한다는 해병대…‘뭘 감추려고’

자료요구에 ‘수사 중’ 제출 거부…해병대 자체 수사 ‘실효성’ 의문
폐쇄적 군 구조상 ‘은폐 시도’ ‘꼬리 자르기’ 의혹도
김웅 “감추면 ‘제2의 채 상병’ 또 나와…끝까지 파헤칠 것”

기사승인 2023-07-27 17:05:43
고(故) 채수근 상병 사진.   연합뉴스

수해 대민 지원 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수근 상병에 대한 군 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해병대가 ‘대민 지원 매뉴얼’ 공개조차 꺼리고 있다. 매뉴얼의 존재와 수사 전개와 연관성이 없지만, 일단 모든 정보를 쥐고 통제하려는 모습이다.

상급 기관이 아닌 해병대에서 자체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꼬리 자르기’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해병대는 채 상병의 순직 사고 이후 요청된 자료 요청에 대해 제공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관련 사건이 ‘수사 중’이란 명목상 이유를 들었지만, 이해보다 의혹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김웅 의원은 채 상병 사고가 발생한 19일 직후 국방부와 해병대에 각종 자료를 요청했다. 해병대 수해 대민 지원 과정상 문제가 없었는지 살피기 위한 것으로 실종자 수색 전반에 대한 상세 현황을 주문했다.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포함해 질의했으며, 사단장의 대민 지원 지시 여부 등도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수해 등 재해 발생 시 매뉴얼 및 지침 △예천 수해 수색 계획 수립 이후부터 장병 실종 시까지 해병대 및 국방부 내 수색 관련 지시사항 △순직 해병대원 실종 이후 현장 수색 현황자료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해병대는 불성실하게 회신했다. 의원실로 지난 24일 해병대 측의 회신이 도착했지만 실질적인 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해병대 측은 거의 모든 자료 요구에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으로 양해 바란다”고 명시해 답했고, 사건 전반에서 사단장의 지시사항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없다’면서 반복만 할 뿐이었다.

김웅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안전 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멀쩡한 장병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면서 절차상의 잘못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요구하니 수사 핑계를 대면서 숨기기 급급하다”면서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으면 기본적인 재난 매뉴얼조차 못 주겠다면서 감싸 안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런 식으로 감추면 또 다른 채수근이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끝까지 묻고 파고 들겠다”고 부연했다.

‘한계점 뚜렷’ 해병대 자체 수사…민간 또는 상급 기관 수사 절실
“책임은 대대장에게” ‘꼬리 자르기’ 정황 제보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진행 중인 관련 수사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채 상병 사건 수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담당하고 있는데 계급 체계, 상명하복식 해병대 군 조직에서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단장은 대령급으로 소장인 해병대 1사단장보다 두 계급이나 직급이 낮다. 아무리 수사 권한을 가진 수사단이라고 해도 상급자를 포함해 수사를 진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한 상급 지휘자가 이번 사망 사건의 책임을 채 상병이 속한 대대급 지휘관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내부 제보가 여러 채널을 통해 흘러나오는 가운데 해병대가 자체적으로 하는 수사는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김형남 군 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이날 쿠키뉴스에 “현재 해병대 수사단이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데 적어도 민간이나 상급 기관에서 수사를 맡는 게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사사건 수사는 군이 관할권을 가지고 있고, 혐의점이 있을 때 민간에서 진행한다. 지금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점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중인데 대령인 수사단장이 사단장을 입건해 넘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이 조전을 보내고, 총리가 직접 내려가서 조문할 정도로 큰 사안이면 기본적으로 국방부 조사본부로라도 변사사건을 올리는 성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과거 이예람 중사 사건 때 사망 소식을 전한 언론보도에 군이 화들짝 놀라 바로 수사권을 국방부로 올린 사례도 있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육군 예비역 대위 출신으로 군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캡틴 김상호는 지난 22일 본인 라이브 방송에서 해병대 간부들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번 사건의 꼬리 자르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해병대 고위 간부급 인사와 통화를 한 사실을 전하면서 “대대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해군 해병대 상급 간부와 얘기했는데 지시한 사람이 죄인이지 그 밑에 있는 대대장·중대장에게 책임이 없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유튜버 캡틴 김상호는 방송에서 누가 최종 책임자인지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채 상병이 속했던 해병 1사단의 실질적인 지휘자가 이번 사건의 끝단에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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