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폰 전화” “가스라이팅” 고충 토로… 숨진 교사, 학교에 10차례 상담

“개인폰 전화” “가스라이팅” 고충 토로… 숨진 교사, 학교에 10차례 상담

기사승인 2023-07-28 07:34:11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교사 A씨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숨진 1학년 교사가 지난해부터 10차례에 걸쳐 학교 측에 업무 관련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학교 측에 10차례 상담 신청을 했다. 2년차 초등교사인 A씨는 지난 18일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청 횟수는 지난해 2건, 올해 8건이다. A씨가 숨진 이번달에만 3건의 상담을 요청했으며, 학급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은 ‘연필사건’과 관련된 것이 2건이다. 일부 교사들은 연필사건 등으로 인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고인의 학교 생활을 버티기 힘들게 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연필 사건의 양측 당사자인 학부모들을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연필사건은 지난 12일 발생했다. A씨는 다음날 학교 측에 상담을 요청하면서 연플 사건을 보고했다. 학교 측은 학생과 학부모의 만남을 주선해 사안을 해결했다.

하지만 A씨는 학교 측에 다시 상담을 요청하면서 “연필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안도했지만,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차례 전화해 놀랐고 소름끼쳤다”는 취지로 말했다. 학교 측은 A씨에게 “전화번호를 얼른 바꾸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연필사건 외 다른 학생 문제로도 괴로워했다. 이번달 상담을 요청하면서 문제 행동을 하는 또 다른 학생의 학부모에 대해 고충을 털어놨다. A씨는 “학생과 학생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자꾸 들으니까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는 취지로 말했다. 학교 은 A씨 잘못이 아니며 학생의 상담 치료가 절실하다고 답했다.

지난달 상담에서는 또 다른 학생을 언급하면서 “학생이 이제 학급에서 ‘금쪽이’가 됐다”며 “학부모에게 연락했는데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TV 육아 상담 프로그램에서 나온 표현인 ‘금쪽이’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동을 지칭할 때 주로 쓰인다.

정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로 인한 지속적인 업무 스트레스 호소에도 학교 측 상담은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며 “학부모 민원 응대를 개별 교사가 아니라 단위 학교나 교육청에서 맡는 등 업무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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