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상마다 대응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규칙적인 수분 섭취와 함께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여름철 활동 시 신체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 이후 온열질환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는 2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7명에 비해 299%나 늘었다. 질병청은 “무더위에 직접 노출되는 야외 작업자는 물론, 더위에 취약한 노약자가 별다른 조치 없이 더위를 참다가 온열질환이 생기거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을 말한다. 비교적 가벼운 일사병부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열사병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특히 더위가 심해질수록 스스로 대처가 어려운 노인과 아이, 만성질환자는 실외활동 시 고온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폭염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온열질환과 주의사항을 짚어봤다.
여름철 혈압 낮아져… 고혈압 환자, 관리 더욱 유의해야
여름에는 겨울보다 상대적으로 혈압이 낮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혈압 하강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확장한다. 이때 자세에 변화를 주면 혈압 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 갑자기 일어설 때 머리가 어지러운 경우를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기립성 저혈압이 여름에 더 많이 발생한다.
김대희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평소 강압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약 자체가 혈관 확장제 성분이므로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하강에 따른 증상을 더 느끼기가 쉬우며 심한 경우 실신이나 이에 따른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과 습한 날씨가 장기간 이어질 때에는 장시간 외부 활동을 삼가는 것이 좋다”며 “이는 서늘한 날씨라도 고온의 사우나나 온탕에 들어갈 때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부연했다.
고혈압약은 체온 조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운동할 때 탈수나 열사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알파차단제나 칼슘이온차단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은 운동 중 갑작스런 저혈압을 초래하기 쉽다. 따라서 여름철 운동 시에는 정리 운동 시간을 늘리고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강압제는 운동 중 생리적인 순환반응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어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심장질환자, 저녁활동 추천… 수분섭취 적거나 과도해선 안 돼
심장병 환자들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고 전해질 균형이 깨진다. 그 결과 맥박수가 올라가거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침은 심장에 가장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시간”이라며 “가급적 아침보다는 저녁 시간을 이용해 야외활동을 하는 좋다”고 권했다.
더운 환경에서 장시간 신체활동을 할 경우 몸의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의 혈류 순환량과 발한량이 증가한다. 체중의 4∼5% 정도 탈수가 일어나면 인체 기능은 물론 운동 능력도 현저히 저하되고 열 질환 발생 가능성도 높다. 지나치게 많은 수분이 빠져나갔다면 수분과 더불어 소량의 전해질도 함께 보충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150∼200ml 정도의 적은 양을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며 “한꺼번에 600ml 정도의 많은 수분을 섭취하면 위에서 흡수되는 양이 너무 많아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호흡이 제한되거나 메스꺼움을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운동 후 덥다고 급하게 찬물로 샤워하면 더운 날씨에 확장됐던 혈관이 갑자기 수축한다. 이로 인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줄어 심장병이 악화될 수 있다. 또 동맥경화반이 갑자기 파열돼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하거나 심정지가 일어날 수 있다. 열을 식히기 위해 급하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장시간 더위 노출돼 어지럽다면 그늘 아래에서 수분 섭취
장시간 고온 환경에 있으면서 수액 보충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사병이 생길 수 있다.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혼미 등이 있다. 손기영 교수는 “일사병은 ‘열탈진’이라고도 불리는데,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며 “40도 이상의 고열이나 의식 변화가 발견되면 급속냉각요법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땀이 나지 않고 오심, 구토, 의식변화가 나타난다면 이는 일사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때는 즉시 환자를 옮기고 물수건으로 닦으며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손 교수는 “일사병 의심 환자에게 찬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은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의식이 없을 경우 질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푹푹 찌는 더위에 노출될 경우 노인이나 어린이는 외부 온도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가벼운 실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 용적이 감소하고 말초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손 교수는 “단순 열실신은 안정을 취하면 대부분 쉽게 회복된다”면서 “시원한 그늘을 찾아 호흡이나 맥박을 살피고 가다듬으면서 머리는 낮게 해주고 수액을 보충해 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