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만2346명. 지난해 기준 한국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수(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가정을 이룬 다문화 가구는 39만9396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14년 파일럿으로 방영한 뒤 이듬해 정규 편성된 KBS1 ‘이웃집 찰스’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해왔다. 400회 방송을 앞두고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에서 만난 정효영 책임 프로듀서(CP)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그들을 조명하려고 했다”며 “다른 모습이 틀린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노력해왔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이웃집 찰스’는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들의 일상을 조명한다. 외국인이 주인공은 예능 프로그램은 JTBC ‘비정상회담’,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많았지만, 다양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이웃집 찰스’가 제일이다. 영미·유럽권 출신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아프리카·중동 등 다양한 문화권을 가진 이주민을 출연시켜서다. 지난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방송한 ‘지금 우리 학교는’ 편은 세계공영TV총회에서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방송은 학생 절반가량이 외국인·다문화 가정인 광주 월곡동 하남중앙초등학교를 다뤘다.
14화부터 8년 동안 ‘이웃집 찰스’와 함께해온 방송인 홍석천은 “방송 초반엔 (이주민·다문화 가정 가운데) 불행한 가정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런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1년 넘게 ‘이웃집 찰스’를 진행 중인 강승화 아나운서는 “‘유럽 사람은 이럴 것’이라거나 ‘아시아 사람은 저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이웃집 찰스’ 덕분에 깨졌다”며 “찰스(이주민)들이 가면 쓴 도깨비가 아니라 옆집 친구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닫고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다양성을 배우는 것은 외국인 출연자도 마찬가지. 일본에서 온 사유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가족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 가족은 난민 심사를 받는 중이었어요. 저는 공감한다는 의미에서 ‘저도 비자 심사를 받은 적 있어 그 어려움을 안다’고 말했는데, 가족 중 아버지가 ‘우리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죽는다’고 하셨어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단 걸 알았습니다.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다문화 사회(외국인·귀화자 등 이주 배경 인구가 총인구 5% 이상인 사회)로 진입을 앞둔 상황이지만, 이주민을 향한 인식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21년 실시한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52.27점으로, 2015년부터 꾸준히 낮아졌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주민과 교류할 기회가 줄며 다문화 수용성도 하락했다. 최근에는 JTBC 인기 드라마 ‘킹더랜드’가 아랍 문화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아 제작진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홍석천은 “한국은 외국인이 정착하기 쉽지 않은 나라다. 아직도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고,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는 생각 때문에 이방인을 포용하는 힘도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이웃집 찰스’를 통해 차별과 소수자 문제를 대중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보쳉과 브루노’ 콤비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브루노는 “이제 한국이 외국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며 ‘김치 잘먹네’라고 한다. 김치 먹은 지 35년 됐는데…”라며 웃었다.
정 CP는 “과거엔 우리가 외국인을 도와줘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은 이주민 2세대가 자라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을 갖기 시작한다. 그들 또한 자신이 한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며 “이 같은 동시대성을 반영해 이주 배경 주민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는지를 다루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방송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30분.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