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급여’ 논의에 요양 시설·병원 대치… 속사정은

‘간병 급여’ 논의에 요양 시설·병원 대치… 속사정은

10일 요양병원협회 주관 토론회서 직역 간 대치
요양병원 측 “간병인 급여화 구축하고 병원·시설 간 기능 정립해야”
요양기관 측 “간병비 급여화로 요양원 구인난 심화돼 폐업 이어질 것”

기사승인 2023-08-11 06:00:12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인의료·돌봄시스템 기능정립을 통한 국가 위기 극복’ 토론회에서 요양기관협회가 1시간 정도 머물며 ‘요양병원 간병비, 장기요양 결사반대’, ‘장기요양 수급자, 요양병원 유인금지’라고 적힌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사진= 박선혜 기자

“밥그릇 뺏으려는 게 아니라니까요. 공생하자는 겁니다.”

10일 오후 2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단이 주최하고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주관한 ‘노인의료·돌봄시스템 기능 정립을 통한 국가 위기 극복’ 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소동이 일었다. 정식으로 초대받지 않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가 토론회장에 등장해 참석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고 이내 서로 밀치는 몸싸움이 일어났다. 

요양기관 측은 “왜 간병비와 관련된 논의에 요양기관협회를 제외했는지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한요양병원협회 측은 “주관은 우리 쪽에서 했으니 따라 달라. 참여하겠다면 토론회 마지막 시간에 발언 기회를 줄 테니 그 때 의견을 달라”며 반박했다. 
 
현장에 있던 국회의원 사무관과 직원의 정리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두 협회 간 대치는 이어졌다. 토론회에는 대한요양병원협회와 지역별 대한요양병원 관계자 200명이 넘게 모여 있었는데, 요양기관 측에 “나가라”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요양기관협회는 1시간 정도 토론회장에 머물며 ‘요양병원 간병비, 장기요양 결사반대’, ‘장기요양 수급자, 요양병원 유인금지’라고 적힌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이 같은 소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같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장기요양기관협회, 한국재가장기요양기관정보협회,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 등 장기요양기관 4개 단체가 언성을 높이며 “요양기관협회들은 토론회 참석을 요청받지 못했다. 복지부가 승인한 단체들을 배제하고 이런 토론회를 개최해선 안 된다”라고 피력했다. 결국 토론회는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파행됐다.   

이들 단체의 갈등을 유발한 요인은 ‘간병비 급여화’다. 현재 요양병원의 간병서비스는 의료법에 해당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돼 제도권 범위 밖에서 관리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요양병원은 직접 간병인을 고용할 수 없고, 교육이나 관리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혹은 용역업체를 통해 간병인을 고용하다보니 비용도 천차만별인 실정이다. 반면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을 적용받아 간병인 비용을 100% 지원받고 있다.

이에 대한요양병원협회는 간병비를 장기요양보험으로 급여화해 가격을 평준화하고 요양병원에서 직접 인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양기관협회 측은 요양병원 간병인 급여가 장기요양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높은 요양사를 고용해야 하며, 가격 대비 경쟁력을 갖춘 병원에 환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돼 시설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간 기능 정립과 간병비 급여화는 더 이상 미뤄져선 안 되는 과제다. 두 기관 사이의 모호한 입원 기준은 서로를 경쟁시키는 구조를 만들었다. 현 제도 속에서 노인장기요양 1~2등급 환자는 요양원에 묶여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요양병원 환자들은 간병비에 허덕이며 낮은 질의 간병서비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간병비 급여화 제도는 간병 시스템 개선을 시작으로 요양병원, 요양원, 커뮤니티케어센터 간 돌봄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순환될 수 있는 통합적인 구조를 모색하자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기요양기관 측 입장에 선 권태엽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은 “간병비 급여화, 간병비 국가책임제 확보에 있어 이해관계 단체가 함께하는 논의 과정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 현재 요양병원협회의 태도는 이익 챙기기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가 이뤄지면 요양원의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 구인난은 악화되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간병비 급여화보다는 시행 연도가 8개월이나 지난 현재까지도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의 윤곽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정책 현안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날 3자 입장의 대한노인회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는 수요자 중심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진수 대한노인회 한국노인복지정책연구소 소장은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취지 자체는 공감하며 사회적으로도 수요가 있다. 하지만 급여화에 따른 재정 부담을 누가 책임져야 할지 명확히 해야 한다. 혜택을 보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국민에게 부담을 안긴다면 불만이 야기될 것이다. 재정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보건복지위원장단의 공동 주최로 열린 ‘노인의료·돌봄시스템 기능정립을 통한 국가 위기 극복’ 토론회가 개최 전부터 소동을 빚었다. 사진=박선혜 기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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